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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언론

이미 심판 받은 사람들

by optimist

10월. 포스트시즌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 충격적인 소식이 뉴스로 보도됬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해외원정도박을 했다는 뉴스였다. 여러 연예인들이 원정도박으로 뭇매를 맞은터라 도박이 프로야구에 퍼졌다는 소식은 많은 야구팬들을 경악하게 했다. 더 충격적이었던 소식은 몇일 뒤에 보도되었다. 익명의 프로야구 선수들은 한국야구사에 전무후무한 한국시리즈-정규시즌 통합 5연패를 꿈꾸던 삼성라이온즈 소속 선수들이었기 때문이다.


더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도박을 감행했던 선수들이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이었다는 점이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팬들의 지지를 한몸에 받고 있었던 선수들이었기에 삼성팬들의 마음은 바닥을 쳤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참담한 심정이었다. 결국 이 영향으로 삼성은 5연패를 실패했다.

안지만_윤성환_임창용.jpg (왼쪽부터)윤성환, 오승환, 안지만, 임창용

그 후로 2개월이 흘렀다. 그 동안 도박에 참여한 선수는 한명 더 늘었다.(오승환) 소식에 따르면 오승환과 임창용은 약식기소후 벌금형에 처해질 것이라는 것이 확정되었다. 어찌됬건 도박사실을 인정했고, 그들은 벌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윤성환과 안지만이 어떻게 될것이라는 소식은 감감무소식이다.


그들에게 지난 2개월은 감옥 같은 시간이었다. 여론에서 그들은 미리 '도박꾼'이라는 낙인이 찍혀서 보도 되었다. 정보를 입수하지 못했다면 보도도 하지 못했을 터이니 수사를 맡고 있는 경찰쪽에서 정보를 흘렸을 것이다. 사람들은 여론을 믿고 마음껏 비난했다. 퇴출을 요구했고, 욕을 했고, 비난했다.


그러나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경찰도 아직 수사 중이라는 이야기 뿐. 언제 어떻게 결정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없다. 아직까지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우리는 끝없는 비판을 해댔다. 과연 이것이 옳은 것인가? 옳지 않다면 누가 잘못한 것인가?


혐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이 정보를 흘려도 되는가? 아니면 정보를 받아서 보도해버린 언론인가? 아니면 보도를 사실이라 치부해버리고 비난을 한 우리의 잘못인가? 우리는 조금 더 진지하게 이 상황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것은 한 가지 예이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이미 언론으로 사람들을 죽인 일이 수 없이 많다.

전창진.gif 전창진 감독

그 예로 전 KT감독인 전창진 감독이 있다. 경찰이 혐의가 있다고 공표한 시점이 5월이었고 그때 많은 팬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그는 결백함을 강조했지만, 사람들은 언론에 알려졌다면 100% 혐의가 있는 것이라고 단정해 버렸고 그는 수많은 욕설과 비난을 감수 해야 했다.


7개월의 시간이 지난 지금 이 시점. 아직도 전창진감독에 대한 수사는 진행중이다. 한 언론에서는 전창진 감독이 무혐의 결론이 난것이 아니냐(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1638) 는 이야기도 꺼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재판에서 죄가 확인될 때까지 피의자에게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한다. 혐의가 있다고 죄를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피의자를 대하라는 이야기이다. 이 죄가 그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 한다면 더욱 그렇다. 윤성환, 안지만이 전훈캠프에 참여한다는 소식을 들은 네티즌들은 또 두 사람의 인생에 도박꾼이라는 낙인을 찍고 있다. 하지만 그 낙인은 그들이 범죄자라는 결론이 났을 때만 찍을 수 있다. 만약에 아니라면 '미안하다. 우리가 오해했구나'라고 이야기 하기엔 그들의 인생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될 뿐이다.


신중하지 못한 경찰과 언론. 그리고 우리들. 다시 한번 우리 모두의 태도를 점검해봐야 하는 시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