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나 사용기

by 허허로이

신간 목록 테마에서 AI 비중이 갈수록 늘어간다. 굳이 검색이나 궁리를 할 필요 없이 하부 키워드도 금세 눈치챌 수 있다. 상단에 자리한 책을 골랐는데, 근 2주째 마지막 장에 닿지 못하고 있다. 소설은 아니므로 물론 그 어떤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서스펜스를 기대하진 않지만, 대체로 글쓴이의 '필력'이라고도 하는 '맛'으로 책을 읽어낼 수 있다. 대개의 경우, 개인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이 저자는 관련 책을 시리즈처럼 꾸준히 내고 있는데, 처음 접했던 참신했던 글투의 '낯 섬'이 어째 점점 희미해진다. 수년 전에 쓰인 글과 지금의 것을 비교하는 것이 공평하지 않다면, 동의한다. 하지만 그걸 차치하고라도 그만의 '투'에 감응하여 계속 읽어 왔는데, 그것이 점점 사라진다. 실망은 늘 수밖에. 어쨌든 읽는 이의 숫자만큼 취향이란 것도 가지각색이니까, 그가 아닌 내가 변한 것이라 하면, 그 또한 동의한다. 사실 그의 '투'가 어떤 아주 훌륭한 글의 '정석'과는 거리가 있던 것이라, 점점 더 그의 글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반면 나의 '수준'은 지극히 개인적 취향에만 머물러 있고.


그래도 그의 다음 책에는 맨질맨질해서 그냥 미끄러지기만 하는 말투가 부디 없기를, 혹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아주 조금이기를 바란다. 누군가는 AI말투라는 표현을 쓰던데. 이제 열심히 봐야만 좀 다른가 싶은, AI영상이 넘쳐나는 이 공간에서 글을 구별해 내는 것이 가능할까 싶다. 하지만 사라져 가는 그의 '투'가 아쉽다. 내 일에서조차 AI 것을 빼면 뭐가 남겠나 싶은 주제에 바랄 것은 아니겠지만. 하지만 앞으로 내가 만나게 될 글이 죄다 글쓴이만의 감칠맛이 사라질 것이라 생각하니, 울적하다.


대량생산이 수작업을 압도했다가, 훗 날 그 만의 '한 땀 한 땀' 가치를 다시 세웠듯이, 글도 지은이만의 '투'가, 문법 완벽한 글이 아니더라도 그 자체로의 반짝임으로 각광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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