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나 사용기
뒤늦은 얘긴데, 꼭 적어두고 싶다.
성탄절, 겨울 빨간 날에는 조금 늦게 집을 나선다. 아침 달빛을 운치라고 세뇌하며 뛰는 평일에 대한 보상으로, 아침 햇살을 느끼고 싶어서다. 비슷한 루틴을 하는 사람 마음이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주말에는 그렇게 길 위에서 만나는 동지들이 있다. 오늘도 나오려나? 인사 한 번 한적 없지만, 궁금한 마음이 습관처럼 떠오른다. 헉헉 3km 정도 지났지만 아무도 없었다. 아무래도 날이 날인지라 그런가 싶었는데, 어라, 그들 트리오가 보였다. 알록달록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을 옷에 붙인 1인, 루돌프 뿔모양 빨간색, 하얀색 머리띠를 한 1인, 산타할아버지 외투 상의를 걸친 1인! 눈도 안 내렸고, 앙상한 가지가 회색빛 공간에 겨우 서 있는 공원을, 트리오가 발랄하게 달리고 있었다. 서로 장난도 치는 듯, 까르르까르르 공간이 울리는 것 같다. 그들 주변에만 반짝이가 뿌려진 것 같았다. 눈이 부시게. 그리고 진심, 정말로 꼭 인사하고 싶었다!
'저기요! 감사합니다! 덕분에 신이 나네요, 저도 끼워주실 있나요!'
물론, 못했다. 일단 그들은 나보다 엄청나게 빠른 데다, 이미 저만치였다. 꼭 인사를 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공원을 돌면서 먼발치에서만 2번을 더 찾아냈지만, 결국 혼자만의 인사로, 그렇게 마음에만 남겼다. 그런데, 바로 어제, 넋 놓고 넘기던 스레드에서 동네 러닝 동호회 사진을 발견했다. 열 명은 족히 되는 이들이 다양한 코스튬을(아니, 다들 어디서 달리고 있었던 거지?) 입은 단체샷을 올린 것이다. 제목은 "산타를 잡아라!"
아하, 요즘 유행한다는 경도 놀이의 일종이려나?
부럽다.
같이 뛰어야만 할 수 있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는 이제 안 하지만.
가끔은 엄청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