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울리고, 누군가는 뛰는 도시

오스트리아의 인스브루크

by Quiet Miles

전날 Top of Innsbruck에 오르기 위해 케이블카를 타러 갔을 때부터, 도시는 이미 다음 날을 준비하고 있었다. 트레일 러닝 대회를 앞둔 부스들이 설치되고, 잔근육으로 단단해 보이는 사람들이 광장을 오갔다. 관광객이라기보다 이 산에 익숙한 사람들처럼 보였다. 그들이 인스부루크에 더 활기찬 느낌을 불어넣어 주었다.

IMG_7923.jpeg
IMG_7901.jpeg
IMG_7910.jpeg
IMG_7931.jpeg


행사가 열리는 아침, 우리는 Bergisel 근처로 하이킹을 올랐다. 트레일에서 만난 오스트리아의 바이커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오르막에서도 숨이 차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산을 오르는 일이 운동이 아니라 일상처럼 느껴졌다.


하산 길에 Bergisel 스키점프대가 보였다.

1964년과 1976년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장소라 했다. 여름의 점프대는 눈 대신 플라스틱 잔디로 덮여 있었고, 선수의 미끄러짐을 위해 계속 물이 뿌려지고 있었다. 연습하고 있는 선수가 있다는 신호였다. 전망대 위에서는 점프 순간을, 아래에서는 착지 순간을 목격할 수 있었다. 총알 같다는 말이 연상이 되게, 생각보다 훨씬 빠르고, 훨씬 먼 거리였다.

저 공포와 속도를 사랑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런 생각이 스쳤다.


IMG_7945.jpeg
IMG_7957.jpeg



마을로 내려오자 정오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하나둘이 아니라, 온 마을에 걸린 종들이 동시에 울렸다. 소리는 위에서 떨어지기보다, 산이 마을을 감싸 안고 있듯 둥글게 퍼져 나갔다. 꽤 오랜 시간 종들이 울렸고, 그 나지막하고 깊은 울림은 흐린 날이었음에도 이상하게 따뜻하게 느껴졌다.


암브라스성으로 가는 버스에 오르기 전 들르게 된 **그라스마이어 종 박물관(Glockenmuseum Grassmayr)**에서는, 이 도시의 종 대부분이 4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곳에서 만들어져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종을 주조하고 두드리며 완성해 가는 과정을 보며, 문득 한국의 전통 놋쇠그릇을 만드는 과정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과 시간, 반복되는 손의 힘으로 울림과 형태를 남긴다는 점에서. 나중에 한국 방문하면 놋그릇 만드는 곳도 가보고 싶어졌다.


IMG_7963.jpeg
IMG_7961.jpeg
IMG_7960.jpeg


버스 시간에 맞추려다 보니, 구경하는 삼십 분의 시간이 턱없이 짧았다. 궁금한 거 아직도 많았는데. 나오면서 괜히 종 하나라도 사 올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머지 여행 일정 내내 약간 후회가 되었다. 기념품 욕심이 전혀 없는 나도, 소리까지 함께 데려오고 싶어진 인스부루크의 추억은 오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