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 님펜부르크
여행의 본 목적지는 오스트리아였다.
인스브루크를 시작으로 잘츠부르크와 비엔나를 거쳐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마침표를 찍는 여정.
시애틀에서 오스트리아로 향하는 적당한 직항이 없어 선택한 경유지는 뮌헨이었다.
독일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정거장일 뿐이었다. 비어가든에서 맥주 한 잔 들이켜고 시내를 슬쩍 훑어보는 정도가 계획의 전부였으니까. 하지만 도착 이튿날 마주한 것은 '노동절'의 고요함이었다. 대목일수록 문을 활짝 여는 자본주의의 속도에 익숙해진 내게,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셔터를 내린 유럽 도시의 풍경은 낯설면서도 존경스러웠다.
우리는 굳게 닫힌 시내를 뒤로하고 아침 일찍 님펜부르크 성으로 향했다.
내가 가진 정보는 그 한 줄이 전부였지만, 버스에서 내려 궁전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이미 마음을 내어주었다.
한적한 정류장,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깨끗한 길, 그리고 5월의 생동감을 머금은 공기. 성으로 이어지는 길가에 흐드러진
연보라색 라일락은 코끝에 봄의 안부를 전해왔다.
본관에 닿기도 전, 시야를 가득 채운 건 거대한 정원이었다.
입장권 검사도, 길게 늘어선 줄도 없었다.
그저 주민들이 책을 들고, 조깅화를 신고,
피크닉 가방을 든 채 자연스럽게 그 안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그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빗살처럼 정갈하게 다듬어진 나무들과
중간중간 보석처럼 나타나는 파빌리온들.
운하를 따라 설계된 산책로를 달리는 로컬들을 보며 생각했다.
"아, 여기는 운동복을 챙겨 왔어야 했구나."
역사적 유산이 어떻게 동네 주민의 조깅 코스가 될 수 있을까.
인구 밀도의 차이일까, 아니면 삶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일까.
성 안으로 들어와 가볍게 뛰는 그들의 여유가 못내 부러웠다.
만약 이곳에서 한 달을 머물 수 있다면,
나도 저들처럼 매일 아침 '왕가의 정원을 달리는 호사'를 누려보고 싶었다.
언젠가는.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