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의 기억 소환

랜덤 하게 생각나는 다섯 가지

by Quiet Miles

헝가리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시체니 온천을 추천하더라만

그 근처까지 걸어가고

온천 경험을 하지 않은 우리 부부는

그에 관한 여행기는 없다.


대신 부다페스트 여행 후 생각나는 몇 가지를 끄적여 본다.


첫 번째. 검문

비엔나에서 기차를 타고 부다페스트에 도착했다.


첫인상이라고 해야 할까.


오스트리아의 어떤 도시에서도

메트로카드를 먼저 끊고 다녔지만

그걸 꺼내 보일 일은 한 번도 없었다.


대중교통이 사회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궁금해질 정도였다.


부다페스트에 도착해서

기차역에서 메트로카드를 사고 플랫폼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메트로를 타는 플랫폼에서 한 번,

호텔 근처 역에서 내려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순간 또 한 번.


어디서 나타났는지

표를 검사하는 사람들이

관광객처럼 보이는 사람들에게 우르르 몰려들었다.


우리는 표가 있었지만

순간적으로 당황스러웠다.


이후에도 관광객이 많은 역에서는 비슷한 경험을 계속했다.


어쩌면 그게

부다페스트의 첫인상이었는지도 모른다.


두 번째. 굴뚝 케이크 Chimney C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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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 역에서 내려 메트로로 나가려는 길.

꽤 흥미롭게 생긴 빵을 파는 가게들이 눈에 들어왔다.


꽈배기처럼 꼬여 있는데

속은 텅 비어 있는 원통 모양.


이름도 생긴 모양 그대로 굴뚝 케이크, Kürtőskalács.


헝가리 여행 전 사전정보는 없었지만

돌아다니다 보니 꽤 많아서

구글을 뒤져 리뷰가 괜찮은 곳으로 몇 군데를 찍어 두었다.


맛은 예상대로 꽈배기와 비슷하다.

발효한 반죽을 긴 막대기에 돌돌 말아

화덕에서 돌려 가며 구워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떤 곳은 필링으로 크림을 넣어주고 요거트나 아이스크림을 채워주기도 하고,

겉에는 너트나 초콜릿, 시나몬 가루 같은 걸 입히는 선택이 있었다. 우리는 필링 없는 기본 버전을 골라 따뜻한 빵에 커피 한 잔. 당 떨어지는 오후에 딱이다.



세 번째. 다뉴브강 야경 유람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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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질 무렵

다뉴브강 유람선을 탔다.


강을 따라 지나가는 부다페스트의 명소들을 오디오 가이들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간단한 음료도 서빙해 주었고.


우리는 여행 마지막 날에 탔는데,

설명을 듣다 보니

우리가 놓친 곳들도 있고 미리 알았으면 돌아다니며 좀 더 재밌었을 것 같은 부분들도 있었다.


헝가리가 15일 여행의 마지막 도시이다 보니,

리서치도 별로 하지 않았고 여행의 텐션도 조금 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그냥 ”발이 닿는 곳만 보고 가자.” 는 마음으로 돌아다니다 보니

유람선을 타고 나서야 떠날 날이 되었다는 게 아쉬웠다.


네 번째. 인생 허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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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에 도착하기 전

예약해 둔 이스라엘 식당이 있었다.


숙소에서 우리가 돌아본 곳들에서도

그리 가까운 거리가 아니어서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들렀다.


비엔나에서 조금 밍밍한 음식들에 질려 있었던 터라

깔끔하고 입에 맞는 음식이 그리웠다.


예약한 곳은 건물과 건물 사이 아트리움을 이용한 공간이었고,

온실 같은 느낌도 있었다.


라이브 음악이 흐르고

바로 옆 학교에서 쉬는 시간인지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인지 그 공간이 더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우리가 간 시간은 애매한 시간대였는데도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거기서 내 인생의 허머스(Hummus)를 만났다.


재료가 다른 건지.

비율이 다른 건지.


부드럽고 고소하면서

살짝 쌉쌀하고 단맛이 나는

계속 떠먹게 되고, 계속 생각나는 그런 맛.


이 허머스 때문에

다시 헝가리에 가야고 싶을 정도다.


다섯 번째. 후기

남편이랑 부다페스트를 돌아다니면서

“여기는 다시 안 와도 되겠지?”라는 말을 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글로 정리하다 보니 문득

아는 만큼 보는 여행인데

그 나라의 역사나 사회에 대해 조금도 공부하지 않고

너무 성의 없이 다녀온 게 아닌가 하는 맘이 들어

조금 미안해졌다.


누군가가 오스트리아와 헝가리를 함께 갈 기획을 한다면,

헝가리를 먼저 들르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그러면 감흥도 더 클 것 같고.

도시를 훨씬 다르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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