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 있는 시간이 불안한 사람들에게
요즘 무슨 일 하세요?
예전 같으면 약간 움찔했을 수도 있다.
이제는 그 질문에
망설이지 않고 답한다.
저는 지금, 커리어를 멈춘 상태입니다. 사바티컬을 보내는 중이죠.
정확히 말하면, 멈추기로 선택한 시간을 제대로 보내고 있다.
그동안 나는 계속 앞을 향해 달려왔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멈추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
어느 순간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른 채
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을 가린 채 트랙을 도는 경주마처럼.
그래서 잠시 멈추기로 맘먹었다.
눈가리개를 벗고
내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
어떤 속도로 살고 싶은지
다시 재정렬 하기 위해서.
그렇게 시작된 멈춤의 시간은
단 한 번도 공백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나를 다시 이해하고
에너지를 채우고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가장 밀도 높은 시간을 보냈다.
이 곳에서는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는지 주변인들이 묻는 것에 대한 썰을 푸는 게 아니라,
잠시 멈춰도 괜찮다고 말하는 용기와
그 멈춤 속에서 알게 된 것들을 기록하려 한다.
그래서 나의 글들이
지금 잠시 멈춰 있는 누군가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
같이 걸어가고 있다는 감각이 되길 바라본다.
앞으로 이곳에는 커리어와 멈춤 사이에 있었던 시간들,
여행하며 마주한 생각들,
그리고 다시 나아가기 전의 기록들을 남기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