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추억 리스트 만들기
하와이에 가기 전,
친한 친구로부터 한 권의 책을 추천받았다.
꼭 하와이에 가서
정세랑 작가의 '시선으로부터'를 읽어보라고 말이다.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으로 읽고 싶어서
한국에서 여행 오는 가족들에게 부탁해 책을 건네받았다.
숙소 마루에 앉아
살랑살랑 부는 바람을 맞으며
따뜻한 햇살을 등에 지고 책장을 넘기던 순간들이
그 장면이
마치 내 자아가 살짝 분리되어
그 시간을 보내는 나를
어딘가에서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으로 남아있다.
책 속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기일 저녁 여덟 시에 제사를 지낼 겁니다. 십 주기니까 딱 한 번만 지낼 건데. 고리타분하게 제사상을 차리거나 하진 않을 거고요. 각자 그때까지 하와이를 여행하며 기뻤던 순간, 이걸 보기 위해 살아 있었구나 싶게 인상 깊었던 순간을 수집해 오기로 하는 거예요."
그렇게 소설 속 인물들은
엄마였던 '시선'이 좋아했을 만한 곳,
혹은 가족들에게 오래 남을 순간을 찾아
하와이의 곳곳을 돌아다닌다.
하와이에 있던 한 달 동안
그들이 찾아낸 장소나 추억이
나의 그것과 겹치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마치 보물 찾기에 성공한 것처럼
작지만 몰래 느끼는 그런 희열이 있었다.
하와이에서 자주 보던 꽃의 이름이 책에 등장할 때,
갓 튀겨 뜨거울 때 먹어야 제맛이라고 표현된 말라사다를
굳이 가족들을 모두 데리고 레오나즈 베이커리 푸드트럭 앞에 가서
한 입씩 베어 물었을 때,
비와 햇살이 동시에 만들어낸 무지개를 마주했을 때,
그리고 맛있는 커피 원두를 찾겠다고
굳이 여러 군데를 돌아다녔던 날들까지도.
책 속의 이야기에서 각자가 찾아다니던 추억의 아이템들처럼
나의 하루하루 일상에 나만의 추억이 쌓여갔다.
관광객으로서가 아니라 로컬처럼 지냈던 한 달이 그래서 더 소중했다.
행복한 경험을 같은 공간에서 공유하는 친구가 있었던 것처럼
'시선으로부터'가 나에겐 하와이에서 만난 친구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