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둥지를 마주하는 한 가지 방법
미국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겪은 낯선 일 중 하나는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면 너무도 당연하게 집을 떠난다는 사실이었다.
같은 동네 대학에 가더라도 첫해는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같은 주에 있어도 몇 시간씩 차를 몰아야 한다.
다른 주, 특히 동부와 서부 사이의 거리는
비행기로도 5~6시간이 걸린다.
아이의 이사는 곧, 부모에게는 하나의 계절이 끝났다는 신호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집안의 막내가 떠난 뒤
부모들이 겪는다는 '빈둥지 증후군(Empty Nester's Syndrome)'.
아이들이 어릴 땐
'언제 커서 사람 구실을 하나' 싶다가도,
막상 그 아이가 정말로 집을 나서는 순간을 맞이하면
데리고 지낸 18~19년의 시간이 놀라울 만큼 짧게 느껴진다.
부모와 자식은
서로를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집을 떠난 자식은
곧 손님이 되어 돌아오더라는 걸,
첫 아이를 통해 이미 배운 바 있었다.
내 아이들이 모두 집을 떠난 건
2024년 가을이었다.
둘째를 대학 기숙사에 내려주기 위해
여행하듯 집을 나섰다가,
'이제 정말 혼자 빈집으로 돌아가야 하나'
그 생각에 선뜻 그렇게 하고 싶지가 않았다.
남편은 당시 다른 도시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그렇다면 나는
말 그대로 아무도 없는 집으로 혼자 돌아가야 했다.
그래서였다.
아이를 대학에 내려준 직후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한 결정은
지금 생각해도 신의 한 수였다.
나는 그 여행을
'나의 빈둥지 기념 여행'이라 불렀다.
슬픔을 곱씹는 대신
다른 세계로 발을 내딛는 쪽을 선택하고 싶었다.
아이를 떠나보내며 마음을 가라앉히기보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여행을 준비하며
오히려 조금은 들떠 있었다.
아이를 기숙사에 두고 돌아선 뒤,
잠시 스친 쓸쓸함을 지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마드리드로 향하는 공항에 서 있었다.
스페인 여행은
친구들과 함께 남부를 도는 일정으로 시작해
그들과 헤어진 후, 혼자 바르셀로나로 이동해
가우디건축물에 흠뻑 빠진 며칠을 보내기로 계획했다.
여행을 준비하며
가족과 함께 다닐 때는
치밀하고 꼼꼼한 '수퍼 J' 성향의 남편 덕분에 잊고 지냈던
나 자신의 계획형 기질을 다시 발견했다.
그렇게,
빈둥지로 돌아가는 대신
스페인에서 가을을 보내고 돌아온
2024년의 가을은
아이를 떠나보낸 슬픔보다
스페인의 추억으로 몽글몽글하다.
그 계절을 돌아볼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보면,
어쩌면 우리는 상실을 애도하는 방식 말고도
스스로를 다음 챕터로 옮기는
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건 아닐까?
스페인 곳곳의 이야기를 풀어낼 생각을 하니
다시금 설레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