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읽고
에피쿠로스라는 철학자의 이름은 고등학교 윤리 시간에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흔히 그의 이름 앞에는 ‘쾌락주의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기름진 산해진미를 배불리 먹고 무절제한 성생활을 하며 오로지 즐거움만을 추구하는 이미지로 그를 상상하는 사람도 있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의 저자 에릭 와이너에 따르면 이는 굉장한 오해다.
에피쿠로스는 사실 ‘평정주의자’에 가깝다. 그는 쾌락으로 터져버릴 것 같은 상태보다는 고통이 0인 상태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불교와 궤를 같이 하는 그의 사상은 고통의 근원을 욕망으로 본다.
에피쿠로스는 풍요로운 그리스인들이 괴로워하는 이유를 ”해롭지 않은 것을 두려워하고 필요치 않은 것을 욕망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죽음이나 신은 당장의 삶에 영향을 줄 여지가 제한적이기에 두려워할 필요가 없으며, 적당히 충분한 것을 취하며 사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라는 가르침이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광고에 나오는 신제품, 유행하는 아이템들을 모두 소유하고 싶다는 욕심이 불행의 근원이다.
한 끼를 먹어도 맛집을 가고 싶은 마음 역시 결과적으로 우리를 불행하게 한다는 게 에피쿠로스의 행복 계산법이다.
한 끼의 파인다이닝은 쾌락을 높여줄지 모르지만 우리는 다음 끼니에 또 고급 음식을 원하며 평범한 식사에 실망하게 된다. 길게 봤을 때 고통의 양이 크다는 셈법이다.
다행인 것은 “자연은 충분히 괜찮은 것들을 손 닿는 곳에” 비치해 두었다는 점이다.(이 책에서는 손 닿는 곳에 사과나무가 있다는 예가 실려 있어서 설핏 웃음이 났다. 연일 충격적인 가격 폭등을 거듭하고 있는 사과라서다) 좀스럽고 불편하게 살라는 뜻이 아니라 간소하고 소박하게 삶을 꾸려가라는 실용적인 철학이 에피쿠로스의 지론이다.
요즘 식습관 개선을 위해 외식과 배달음식을 끊고 신선한 채소, 대량으로 구입한 닭가슴살, 냉동 도시락을 주식 삼아 살고 있다. 간식은 저당 요거트와 믹스베리 견과다. 몸이 가벼워진 것도 좋지만 생활이 간소해진 것이 더욱 만족스럽다. 끼니 때마다 메뉴 선정, 식사 준비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어 에너지가 거의 들지 않는다.
숫타니파타에서 득도의 요건으로 ‘내일 아침은 무엇을 먹을지’ 걱정해선 안 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의미를 여실히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
에피쿠로스에 대한 긴 오해가 풀린 김에 그의 저작을 찾아볼 생각이다. 미니멀 라이프의 새 조언자가 되어줄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