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석과 서영은 최근 사소한 일로 자주 다투곤 하였다. 한강 공원으로 놀러가거나, 서울 근교를 드라이브하며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가질 때에도, 서영은 대화 중 급작스럽게 가시 돋힌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태석도 태석 나름대로 그런 반응에 자신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태석은 잘 지내던 둘의 사이에 이제 권태기가 왔나 싶었다. 이전에 연애 경험이 많지 않았던 그는, 오히려 지금의 시기가 권태기일 수 있음 쉽게 인정하는 쪽이었다.
하지만 서영의 경우에는 조금 달랐다. 서영의 입장에서는 서로 아주 긴 시간을 만난 것이 아니기에, 권태기라기보다는 미래에 대한 구상을 하며 의견차이를 좁혀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태석에게 이것 저것을 캐물으며 시간을 보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 태석이 결혼과 출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비롯한 여러가지를 말이다. 서영과 태석은 쉼없이 대화하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떤 쟁점 두 가지를 발견하게 되었는데, 바로 이것이었다.
태석은 결혼보다는 동거를 하는 쪽을 더 바랐다. 태석이 앞으로 평생 비혼자로써 살아갈 것이라는 확신은 없지만, 그래도 태석은 혼자일 때 편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서영을 사랑하는 마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솔로일 때의 자유를 완전히 포기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부류의 사람이었던 것이다. 태석은 자신의 일을 사랑했고, 술과 모임 그리고 취미활동을 좋아했다. 동시에 구속받고 간섭받는 것을 싫어했으며 온전한 자기 삶의 주인이 되기를 바랐다.
반대로, 서영은 하루빨리 결혼하기를 원했다. 남편과 함께하는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꿈꾸는 그녀였다. 아이를 갖고 싶은 것도 서영의 인생에서 꼭 이루고 싶은 것들 중 하나였고, 서영에게는 태석같은 듬직한 남자와의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마음이 컸다.
태석과 서영은 사는 곳을 정하는 데 있어서도 의견을 달리했다. 태석은 동거를 하며 연애를 즐기기에 가장 적합한 것이 바로 이 곳 금광아파트라는 것을 단 몇 개월간의 연애 기간동안 깨달았다. 어느 날은 태석의 집에서 서영과 함께 밤을 보내고, 서영의 집에서 태석이 저녁 식사를 하는 것은 태석에게 매우 행복한 일이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동시에 자신의 거처가 있다는 것이 태석에게는 대단한 축복이었다.
그러나 서영은 더 좋은 아파트에 가기를 원했다. 그것은 어쩌면 서영이 태석보다 물질적인 욕심이 더 많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서영은 더 행복한 결혼 생활과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을 위해서는 꼭 서울쪽이나 위치가 좋은 신축 아파트를 구하는 것을 알아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태석과 서영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혹자는 궁금할 것이다. 과연 태석과 서영은 앞으로 연애를 하며 함께 어떤 결정을 내리면서 살아갔을까? 초록불이었을까, 빨간불이었을까? 혹은 멈췄을까 아니면 계속 앞으로 나아갔을까? 일단 모두에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태석과 서영은 둘을 모두 택했다. 아니 모든 쪽을 택하지 않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것은 동전의 앞면과 뒷면 중에 모두 나오지 않고, 작은 구석에 동전이 끼어있는 것을 상상해보면 쉽다.
믿거나 말거나, 태석은 서영의 생일날 비틀즈의 EP 앨범이 담긴 lp를 선물했다. 정성스럽게 눌러쓴 편지와 함께. 각종 장식과 영상을 틀어주며 서영의 마음을 위로하고 감동시켰다. 그리고 짧은 권태기를 뒤로한 채 달달하고 애틋한 사랑을 이어갔다. 편지의 내용은 아쉽게도 공개하기 조금 어렵게 되었으니 다들 상상해보기를 바란다. 나는 태석이 서영에게 선물한 lp 타이틀곡의 가사를 공유하며 길다면 긴 이 이야기를 마치고자 한다.
When I find myself in times of trouble
내가 어려움에 처해 있으면
Mother Mary comes to me
어머니 메리께서 내게 오시곤
Speaking words of wisdom let it be
지혜의 말씀을 해주셨네, "그냥 내버려두렴"
And in my hour of darkness
그리고 내가 암흑의 시간 속에 있을 때
She is standing right in front of me
어머니 마리아께서 바로 내 앞에 서시고는
Speaking words of wisdom let it be
지혜의 말씀을 해주셨네, "그냥 내버려두렴"
지금까지 107동 사람들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