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주도적으로 산다는 것(1)

민과의 자취

by 쿼카의 하루

나에겐 그렇다. 자취를 시작하면서 모든 게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 모든 것이 누구나가 보기에 다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왜 이런 것을 들이면서, 만나면서, 시작하면서, 혹은 그만두면서 안 할 고생을 사서 하냐는 말을 꽤 많이 들었다. 하지만 젊을 때 고생은 사서 한다는 그 뻔한 말을 생각보다는 뻔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확신하건대 경험은 돈 주고도 못 사는 것이다. 예컨대 교회에서 만난 친한 동생 녀석과 같은 월세방 안에 들어가서 살림을 시작한다는 것,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런 경험은 도대체 어디에 발을 들여 어느 타이밍에 내민 손을 잡아야 가능한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만큼 살면서 몇 번 안되는 그런 귀한 기회가 나에게 찾아왔다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


"형, 화내지 말고 한 번만 들어봐요"


"뭔데?"


사실 민이 그렇게 말하기 시작한 내용들은 대개 별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몇몇 주제로 말을 꺼낼 때는 나의 심기를 건드리기 적당했는데, 당시에는 '같은 집에 들어가 함께 자취하자'고 간절히 설득할 때는 그랬다. 나는 민과 사는 일에 딱히 큰 거부감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관심이 전혀 없어 심드렁한 주제도 아니었다. 다만, 몇 가지 이유를 조목조목 들어가며 정중하게 거절했다.


"일단, 민아. 사람이 다른 사람과 같이 사는거. 그렇게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야. 한 번만 더 고민해보고 다음에 말해줄래?"


"아 형, 제가 저번에도 말하고 나서 많이 고민해봤어요"


"아 저번주에 만났을 때 일 말하는 거야? 그 때 내가 이야기한 거 생각해봤어?"


핵심을 짚었을 거라 생각한 나는 민에게 두 눈을 밝히며 따지듯 말한다.


"그럼요. 절 뭘로 알고"


민은 손으로 가슴을 툭툭 치며 과장되게 실망했다는 표정을 짓는다.


"일단 첫 번째로 사람과 다른 사람이 같이 살다가 성향이 잘 안 맞으면 서로 싸울 가능성이 커. 예를 들면

누가 양말 뒤집어서 벗어놓으면 치우는 거 짜증낼 수도 있고, 내가 밥 먹고 설거지를 당장 안해서 너가 짜증낼 수도 있고. 사실 그건 살아봐야지만 아는거야. 그리고 두 번째로, 당장 내 집에 누군가가 같이 살면 다른 누군가를 자유롭게 데려올 수도 없는거고. 혼자 있는 시간이 급격히 줄어들어서 너 같은 사람은 오히려 도중에 그만 나가고 싶을 수도 있을 걸?"


"형 그런 건 다 살아봐야지 아는 거고, 예전에 제가 말했던 유튜버 A 있잖아요, 그 사람하고 B하고 같이 동거를 했는데 …"


민은 마치 그 사람을 내가 잘 알고 있기라도 한다는 듯이, 먹방 유튜버 A와 B의 무명 시절 이야기를 몰입해서 이야기한다. 감동적으로 풀어내는 스토리에 차라리 당사자인 A와 B가 있었으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셨겠다 싶었다. 민아, 미안하지만 그 둘은 나는 잘 모르는 사람이야.


그래도 내민 손을 잡게 된 것은 동생 민의 잊을 만하면 말하는 끈질김과, 있는 말 없는 말 섞어가며 설득하는 처절함이 가장 컸지만, 사실 의외로 다른 이유도 있었다.


바로 경제적인 이유였다. 자취를 시작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퇴사를 하니, 당장 월세를 내는 일이 급급해졌다. 퇴직일시금은 언제 어디에선가 금새 한 푼씩 써서 까먹어버리고, 다달이 적자에 적자를 거듭하다가 월세라도 10만원 아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공과금에서 절약하는 만 원이 아쉬운 형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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