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주도적으로 산다는 것(2)

물류 알바

by 쿼카의 하루

안정적인 직장에서 나온 지 반 년 정도가 지났다. 변화한 게 많이 있었다. 민이라는 동생과 같이 살게 되었고, 매일 보는 가족과 같은 사이가 되었다. 나는 커피와 카페를 좋아해서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다. 원두를 갈며 에스프레소 머신을 작동시키고는 이게 내 직업이 됐으면 좋겠다고 덜컥 생각했다. 1급 과정에서 라떼 아트라는 게 무척이나 어려워서 속을 데였지만, 엉성한 결하트가 올라간 내 라떼는 고소하고 맛있었다.


민은 바리스타 자격증을 한번에 따는 나를 보며 "형은 가진 재능이 많다"고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공조직과 거리가 먼 사업장에서 살아남는 건 훨씬 힘들었다. 면접을 볼 때만 해도 사장님께 인상이 좋다고 들었지만 손님들은 주문을 받는 나를 피곤해 보인다고도 했다. 아메리카노를 너무 많이 내려 지친 게 아니냐 하면서.


결국 첫인상은 오래 가지 않았고 이 핑계 저 핑계로 나는 며칠만에 해고를 당했다. 해고를 당한 건 총 두 번이었다. 두 번 다 해고 통보를 직접 들었는데 꽤나 충격적이었다. 어째서 나를 쓸 생각을 하지 않는지 불평하고 차분히 헤아려도 봤지만, 자영업을 하는 사장님 마음 속을 들여다 보기는 참 어려웠다. 그냥 속으로만 앓는 성격이 아니라서 전화상으로 대뜸 따져도 보았다. 그러나 사장님들께 화낸 만큼 스스로에게도 화나고 유감스러운 것은 매한가지였다.


지금은 다른 카페에 다시 면접을 봐서 취업을 한 상태이다. 며칠 뒤로 다가온 첫 출근 날이 코 앞인 지금은 물류 알바를 틈틈이 하고 있다. 하루를 벌어서 하루를 사는 단기 물류 알바는 적성에 꽤 맞다. 몸이 힘들긴 해도 직장 생활보다 출근은 조금은 덜 힘들다. 그리고 퇴근은 두 배는 더 기쁘다. 그리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 항상 좋아하는 일을 하라, 는 말이 생생히 살아있는 격언이라고 믿는 나는 오늘도 열심히 수박과 깻잎을 포장하고 그러한 일에 소박한 만족감을 느낀다. 또한 이틀 앞으로 다가온 스타벅스 첫 출근을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그리고 퇴근하자마자 민과 밥을 먹고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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