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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의 하루 Feb 14. 2024

휴직과 표류의 시간, 그 끝에서

7개월간의 휴직 그리고 그 이후

  유난히 큰 고난들이 한꺼번에 닥치는 때가 있다. 나는 그 고통에 몸부림치고 부담감에 숨도 못 쉴 것 같았다. 이대로는 안되겠어서 휴직계를 냈다. 간절히 바라던 휴직을 하고 나서 나는 내가 서 있는 단단한 반석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평평하고 튼튼한 기반, 있는 힘껏 뛰어도 무릎이 다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땅처럼 느껴졌다.


  내가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지금까지 나를 인도하던 빛은 저 멀리 희미했으나, 이제는 나에게 따뜻한 기운을 전해줄 만큼 가까워졌다. 내가 지쳐서 주저앉고 싶을 때마다 그분의 말씀과 음성이 내게 힘을 주었다. 그분의 말씀에 따라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나에게 사랑이라는 지지대를 필요할 때마다 그분의 이름으로 건네주었다. 그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할 때, 하나님은 우리를 동역자로 묶어주시고 서로 사랑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이제야 한숨을 돌리고 뒤를 돌아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바로 뒤에는 내가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에 대해서 불평하고 불만스러워 하던 내가 있다. 그보다 뒤에는 실제로는 하나님이 인도하시고 필요할 때마다 은혜를 주셨던 십 대 시절내가 있다. 그리고 그것보다 뒤에는 천국에 들어갈 있을 정도로 순수했던 어린 시절의 내가 아직 모르는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한번쯤 탐구하고 사색해보고 있다.



  걸어왔던 인생길을 다시 돌아보는 것만큼 하나님의 은혜를 깨닫는 좋은 방법도 없다. 그러면 그분께 받은 것도, 감사할 것도, 드려야 할 것도 많다는 걸 깨닫게 된다. 당시 나는 그 사실을 깨닫고 감격스러운 만큼 열심히 그분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어서 반석 위로 힘껏 뛰어 올랐다. 높게 자란 포도나무 위에 포도를 따기 위해서, 날아다니는 새를 잡기 위해서, 아니면 하늘 위의 별을 따기 위해서이다. 감사하기 때문에 만족하기보다는, 그분의 도우심으로 더 노력해서 더 많은 것들을 가지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무모한 일이었다.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도 그렇고, 가장 중요한 건 하나님이 보시기에도 그렇다. 시작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 드리기 위해서였지만, 가면 갈수록 잡지 못한 새에 대한 미련, 따지 못한 별에 대한 환상이 날로 커져서 하루의 시간 대부분을 차지했다. 푹 자는 것을 방해하고, 사람들과 친밀하게 교제하는 것에도 악영향을 줬다. 그 탓에 많은 사람과 다투고 갈등했다. 또한 그러한 시간 가운데 하나님이 아닌 다른 것을 주인 삼으며, 여기저기 방황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방황 가운데 다시 안식처로 돌아오게 하신 것도 하나님이셨다. 내가 부족함이 없도록 푸른 풀밭으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이시기에, 나를 다시 예배의 자리, 말씀을 듣는 자리로 불러 앉히셨다. 그리고 지난날들에 대한 잘못들을 회개하게 하셨다. 짧은 시간 동안 크고 복합적인 사건을 겪게 하시고 나서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 하나로 충분하단다. 반성하고 저번처럼만 하지 않으면 돼" 하나님은 미리 보이셨다. 앞으로의 인생길에서 반복하지 말아야 할 실수와 죄들, 내가 빠지기 쉬운 악의 모습과 인생의 함정들을. 그렇게 나는 항상 주님의 말씀에 귀기울이며 주님의 날개 그늘 아래 거하며 살아갈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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