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에 해고 통보를 문자로 받고 정신이 든 나는 뤼튼AI를 공부한다.
오늘은 광복절. 침대에서 좀더 꾸물대고 있었다. 어차피 일한 만큼 받는 프리랜서라 일을 하지 않는 건 그만큼 돈을 벌지 못한다는 것이라 공휴일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곧 잘릴 거라서 회사에 오만 정이 뚝 떨어지기도 했고.
갑자기 문자가 온다.
"회의 들어올 수 있는 건가요?"
기분이 순간 확 나빠졌다.
"오늘 한국 휴일인건 아시죠?"
"미안합니다. 몰랐습니다."
"메일로는 다음주에 미팅을 잡은 걸로 아는데요."
나는 메일을 캡쳐해서 보내주었다. 상사는 전혀 몰랐다고 그러며 자신의 스케쥴표를 보내준다. 어쩌라는 건가. 기분이 더 나빠졌다.
"미안하지만 해고 노티스를 주는 날짜가 있어서 문자로 말할게요. 안타깝게도 구조조정으로 인해 계약을 끝내야 합니다. 회사에 더 필요한 것이 있다면 말해주세요. 오늘 메일로 상세한 사항은 이야기할게요." 라고 메시지가 왔다.
기분이 더 나빠졌다. 미리 언지를 받았고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기분이 매우 나빴다.
"언제가 계약 만료인가요? 그리고 추천서를 부탁드립니다."
내가 답했다.
읽지 않는다.
8월 15일 광복절. 역사속 어느 날에는 수많은 나라들이 해방을 맞이했던 날. 나는 회사로부터 강제로 해방 당했다. 이런 무례한 해고 통보가 있나. 내가 다녔던 회사가 이렇게 경우가 없었나. 한두달 다닌 것도 아니고 무려 2년을 다녔다. 2년. 실망감이 몰려왔다.
잠이 달아나 버린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았다. 대체 AI가 얼마나 대단하기에 이러는 걸까. 이렇게 쉽게 사람을 갈아치울 수 있는 것일까. 난 무엇을 해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하며 무작정 검색을 시작했다. 유투브에 "AI로 글쓰기"를 쳐 본다. 다양한 AI앱으로 글쓰는 방법에 대해서 사람들이 설명하는 영상이 주루룩 뜬다. 그중 뤼튼 이라는 앱으로 글쓰기 영상을 클릭했다. 그리고 뤼튼 페이지를 동시에 열어 탐색을 한다.
뤼튼은 글쓰기에 최적화된 플랫폼이다. 뤼튼 툴에 들어가 보면 다양한 카테고리를 제공하고 있는데, 자기소개서, sns 광고문구, 구글 검색 광고, 카피라이팅, 인스타그램 캡션, 블로그 포스팅, 심지어 중고 거래 글까지 다양한 글을 작성할 수 있다. 당근에 내 놓았던 대형 수틀이 생각이 났다. 검색어에 대형 수틀을 넣었다. 결과값에 목재 라는 말을 보고, 구체화해서 검색어를 바꾸었다. 대형 금속 수틀. 이번에는 10kg이라는 중량이 나왔다. 그래서 다시 바꾸었다. 대형 조립형 금속 수틀. 그랬더니 내가 가진 제품과 가장 비슷한 설명이 나왔다.
세상에. 중고거래 플랫폼에 글 올리는 건 세상 귀찮은 일인데, 이렇게 한번에 뚝딱 된다고? 라는 놀라움과 동시에 좌절감이 몰려온다. 그래, 이러니까 내가 대체 당한거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써줄 수 있는 AI가 있으니까. 정확도를 요하는 일이나 암기 능력이 필요한 것들(이를테면 나의 경우는 각 용어에 대한 규칙 암기), 강한 규칙이 존재하는 것들이면 인간보다 AI가 월등히 잘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이런 참에 박사 과정이나 가 볼까, 해서 챗GPT에 묻는다. 미국의 00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 자기소개서 구조를 알려줘. 한 마디를 치니 A4 1장 분량의 긴 설명이 나온다. 하나하나 맞는 이야기이다. "네가 준 구조로 예시를 하나 만들어줘."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샘플 문서가 나온다. 세상에.
과연 문예창작학과를 가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지금 내가 블로그를 쓰고 있는 것 또한 의미가 있을까.
심지어 블로그 글도 다 써 주는데.
글쓰는 직군은 더이상 소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쓰는 일은 단가가 기본적으로 낮다. 하지만 앞으로는 더 낮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나는 조금 더 암울해졌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직업을 가져야 대체당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질문을 챗GPT에 물어봤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진다.
(이 글에서 구체적으로 회사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약간의 각색이 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