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도 식후경!

[페낭은 처음이라-appendix] 식도락 여행

by 변민욱

여행에서 음식은 어느 정도의 부분을 차지할까? 사실 치앙마이에 가기 전까지는 음식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여유가 많이 없는 배낭여행이었던 경우가 많아서 주변의 싼 곳에 가서 간단히 해결하거나 편의점에서 대충 때우는 때가 많았다. 그러나 '식도락 여행'이나 '맛집 탐방'처럼 음식에 주안점을 두고 여행하시는 분들도 많다. 사실 치앙마이 전까지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치앙마이를 다녀온 이후에는 음식을 보는 시선이 확 달라졌다. 음식은 단순히 맛있다 혹은 맛없다가 아니라 그곳의 사람들을, 문화를 담아내는 그릇이다. 그래서 혹자들은 맛에 상관없이 여행을 갔을 때 그곳의 현지 음식을 먹어보고 느낀다.



1. 타페게이트 인근 쌀국수

치앙마이 현지 음식점에서는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다! 고수 향이 풀풀 풍기는 쌀국수는 2000원 정도


차들이 지나가는 소리들이 가까워졌다가 다시 멀어졌다를 반복하고 39도에 이르는 치앙마이 한낮의 더위는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번 여행에서 Grab을 사용하지 않고 정말 배낭여행을 통해 치앙마이를 느껴보겠노라 장담했었는데... 당장이라도 숙소까지 차를 타고 가고 싶었다. 정말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살인적인' 더위였다. 더위를 피하며 주린 배라도 채워야지 생각하고 '타페 게이트' 거리에 있는 아무 음식점이나 들어갔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현지에서는 꽤나 유명한 맛집이었다. 간단한 간장 베이스의 육수에 간단한 야채가 곁들여진 쌀국수. 허기를 달래줄 치앙마이의 첫 점심으로는 제격이었다.



2. 태국에 왔다면 한 번쯤 카오 소이(Khao Soi)를

Khao soi. 음식점마다 맛이 가장 크게 달랐던 음식이다.


숙소에 짐을 두고 치앙마이에 흠뻑 빠져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날이 저물고 있었다. 고단하고 앞으로 이곳에서 지낼 날도 많이 남아있었지만 첫 날을 그냥 숙소에서만 보내고 싶지 않아 밖으로 나갔다. 매일 열리는 야시장을 둘러봤지만 그다지 끌리는 음식이 없었다. 그러다가 태국에 왔으면 한 번쯤 먹어봐야 한다는 망고 주스와 '카오 소이'(Khao soi)를 먹기로 결정했다. 카레와 코코넛 오일이 국물을 이뤘고 특이한 점은 튀긴듯한(Crispy) 계란이 면 위에 올려져 나와서 마치 고소한 유부와 함께 먹는 식감이었다. 같이 나오는 닭 역시 카레가 속까지 잘 배어있어서 부드러웠다. 또 카오 소이를 시키면 라임을 함께 주는 데 기호에 따라서 넣어 먹으면 된다. 또한 내가 치앙마이에서 먹었던 카오 소이는 태국 북부 스타일이었고 지역에 따라 다양하고 특색 있는 카오 소이가 있다고 한다.




3. 건강하고 푸짐한 브런치 쏨 땀(Som tam)


쏨 땀 또한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 그래서 여러 종류를 먹어본 결과 처음에는 달달한 옥수수 쏨 땀을 추천한다.


그렇게 며칠이 흐르고 숙소를 옮길 때가 되었다. 마침 연락이 닿은 지인이 주변 식당을 추천해주었는데 치앙마이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맛있었던 '쏨 땀'(Som tam) 집을 발견. (쏨 땀은 현지 식당에서 보통 외국어로는 파파야 샐러드로 표기가 많이 된다.) 피쉬소스를 베이스로 파파야와 옥수수를 비롯 다양한 야채가 곁들여진다. 사진으로만 보면 저게 뭐가 다를까 싶지만 '땅콩+옥수수+피쉬소스+샐러드'라는 새로운 단짠 공식을 발견하게 된다. 옥수수로 부터 단맛이 느껴지다가 땅콩을 씹으면 고소한 맛이 입안을 체운다. 그렇게 먹다보면 은은하게 피쉬소스가 입에 여운처럼 남는다.


해외에서 음식에 대한 평을 찾아보면 흔히 '호불호가 갈린다'라는 평을 많이 보게 된다. 이곳의 쏨 땀 역시 구글맵의 평을 보니 현지 입맛에 가까워서 호불호가 갈린다고 했지만 나는 오히려 그 점이 끌렸다. 아마 읽는 분들 중에서도 여행하실 때 그런 분들이 있을 것이다. 입맛에 맛지 않을 것 같더라도 기왕이면 현지 음식을 도전해보고 고수도 빼지 않고 오히려 여행 마지막 날 즈음에는 즐기게 되는. 돌아보니 나도 그런 타입이었다. 오죽하면, 치앙마이에서 페낭으로 돌아오자마자 바로 피쉬소르를 사서 해 먹었을까. 그 식당에서의 맛과 추억은 가져왔지만 추억처럼 남은 그 맛은 재현할 수 없었다. 그렇게 새로운 인연을 여행 중에 만난 것처럼 쏨 땀과 만났고 지금은 재회할 날을 기다리는 중이다.


4. Lert Ros에서 직화 생선 구이


찾아가려면 골목 골목을 지나야하지만 도착하면 만족스러운 비주얼이 반긴다,.


숙소를 바꾸고 나서 주말 야시장을 가려다 문득 이곳을 지나치고 있었다. 어디선가 생선 굽는 냄새가 나의 허기를 향해서 강렬하게 풍겨왔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발은 서서히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끌리듯 걸어간 발걸음이 멈춘 곳에서는 인정 많게 생기신 할아버지 한 분이 생선을 굽고 계셨다. 이미 이곳에서 저녁을 해결하기로 결정했지만 한참을 서서 구워지는 생선을 바라봤다. 생선 굽는 냄새와 할아버지의 인상, 치앙마이 거리의 분위기가 모두 뒤섞여 나는 잠시나마 행복한 순간 속에 잠기려 해 보았다.


밥은 별도로 주문해야하고 생선 구이는 160바트(우리나라 6000원 정도) 놀랍게도 한국어 메뉴판이 있는 음식점 중 한 곳


식당은 관광객들 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에게도 유명한 듯싶었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식당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저녁을 즐기고 있었다. 내 옆 테이블에서는 일본에서 혼자 여행 온 듯한 한 청년이 맥주와 함께 생선구이를 먹고 있었다. 주문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음식이 나왔다. 간단한 간장 베이스의 소스와 큼지막하고 도톰한 생선. 갓 구운 생선 냄새 사이로 어떤 생각이 하나 베어 나왔다. 우연스럽게 온 이곳에서 행복하다는 생각. 어리둥절하면서도 또 그 느낌이 좋았다.




5. 달콤한 바나나 로띠와 생과일 스무디



기대와 달리 조금은 실망스러웠던 '카우보이 족발 덮밥'을 먹고 나서 후식 삼아 바나나 로띠를 사 먹었다. 로띠 반죽에 바나나와 브라운 슈거를 넣고 호떡처럼 굽는다. 마지막으로 시럽을 선택해서 뿌려주는데 보면 아주 간단해 보이지만 맛은 정말 이 바나나 로띠 때문에 태국에 다시 왔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맛있다. 그렇게 바나나 로띠를 하나 들고 시내 중심에 흐르는 강을 바라보면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었다. 그렇게 혼자 여행하는 방법을 하나둘씩 배우며 터득하고 있었다. 그렇게 마지막 날 일찍 숙소에서 나서 시주를 하는 스님을 바라보며, 낯선 여행자에서 공항으로 가는 길과 함께 "바이 바이"로 배웅해주시던 작은 인연을 뒤로하고 나는 다시 페낭으로 왔다. 그래도 아직 돌아갈 현실이 페낭이라 다행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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