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성덕 여행
잠시 시험공부에 지친 페낭을 떠나 기억으로 나마 치앙마이를 다시 향한다.
치앙마이는 커피 같은 도시다. 태국 북부가 커피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치앙마이의 특성은 커피와 많이 닮아있다. 이곳을 다 느꼈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할까. 누군가는 하루 혹은 이틀, 내게는 일주일, 최근에 유행하는 한 달. 어쩌면 평생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치앙마이에서 좋았던 점이나 특별히 인상 깊었던 관광지를 꼽으라면 쉽지 않다. 치앙마이는 그렇게 여행하는 곳이 아니기에, 그저 혼자서 숨을 고르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곳이다. 치앙마이의 새벽에 시주를 받으러 다니시는 스님과 천천히 올라가는 가게의 철문들은 내게 내일에 대해 캐묻지 않았다.
그래서 여행하는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같이 또 따로 떠났던 친구는 코끼리 돌보기 체험을 하고 도이수텝에 가면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고 했다. 어떤 일정이든 좋지만 너무 많이 담거나 빡빡하게 짜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가면 그 도시 특유의 분위기로 인해서 다 헝클어지고 자책할 수도 있으니. 그 대신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은 꼭 챙기시길. 한 권의 책이 치앙마이의 오묘한 매력과 섞여 여행을 한층 다채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했다. 끌리는 데로 야시장에 가서 구경을 하고 시집 한 권을 들고 발이 이끌리는 카페에 가서 조용히 책을 읽었다. 다만 유튜브에 <어느 시인의 브이로그>를 보고 치앙마이 여행을 결심했기 때문에 그곳에 나온 곳은 꼭 가보고 싶었다. 물론 시간적 제약 때문에 다 가보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 둘러볼 수 있었다. 나름의 성덕(성공한 덕후) 여행이었을까. 이번 편에서는 여행하면서 책을 읽기 좋았던 장소들을 위주로 적어보려고 한다.
브이로그에 자주 출연했던 <Cafe Arte>였다. 가기 전부터 꼭 가려던 카페. 그러나 막상 발걸음이 향했던 날 카페는 문을 닫았고 다음 날 찾아갔을 때도 구글 지도의 정보와 달리 닫혀있었다. 그렇게 연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아쉽게 발걸음을 돌리려는 찰나 주인님이 달려오셨다. 옆에 같이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에 문제가 생겨서 문을 못 열었다고 말씀하시면서 조금만 기다려주실 수 있냐고 물으셨다. 나는 당연히 기다릴 수 있다고 답했고 오히려 잠깐의 기다림과 아쉬움이 장소에 대한 연을 더 소중하게 만들어주었다.
나는 카페라떼 한 잔을 시켰다. 그러고 나서 밀린 일기를 마저 쓰고 책을 꺼내 읽었다. 카페 주인분도 커피를 내어주시고 "Take your time"이라고 말씀해주시며 자리에 앉고 책을 꺼내 펼쳐 읽었다. 근처에 특이한 커피로 더 유명한 카페가 있었지만 가지 않기로 했다. 하루 이곳에서 고즈넉이 시간을 보내고 싶었기에. 언어도 다르고 책도 달랐지만 책을 읽는다는 것만으로 묘한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또 이곳의 장점은 아름다운 인테리어 못지않게 커피도 향이 좋고 가격도 생각만큼 비싸지 않다는 점. 치앙마이 카페 투어 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카페였다.
마지막 날 즈음에 가면 좋을 것 같은 카페다. 치앙마이 여행하다 보면 그곳의 분위기와 어울리면서도 독특한 인테리어의 카페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그중에서도 펀 포레스트 카페는 '현대적 인테리어'+'자연 자연한 정원'의 분위기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이끈다. 늦게 가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현지인과 관광객들이 브런치를 즐기기 위해서 많이 찾는 곳이다. '이곳에 가면 꼭 코코넛 케이크를 먹어볼 것!'이라는 평이 많아서 시켜보았는데 그런 평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정말 맛이 있었다.
다른 카페와 다르게 이곳의 코코넛 케이크는 진하지만 또 느끼하지 않아서 크림과 잘 어울린다. (코코넛이 진해도 느끼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이곳에서 알게 되었다) 실내 인테리어도 좋지만 자연만 한 인테리어는 없다. 미세먼지가 심하지 않다면 바깥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치앙마이를 방문하시게 되면 마지막 하루쯤 이곳에서 모기 퇴치제를 챙겨가서 바깥에서 바람 소리와 나무 그늘 아래서 책을 읽어보시길. 또 근처에 하와이안 셔츠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상점도 있으니 들려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곳은 아이스크림이 유명한 카페이다. 이곳에서 나는 처음으로 'Mango sticky rice'라는 음식을 접했다. 첫날부터 시도는 해보고 싶었지만 정말 이름 그대로 '망고+밥+연유'여서 오히려 먹기가 꺼려졌다. 맛있는 것만 오히려 모아놓았더니 부담스럽고 맛이 없어 보이는 그런 효과를 내는 음식이랄까. 그래서 그런지 많은 리뷰에서도 시도했다가 실망했다던지(너무 달아서) 입맛에 맞지 않았다는 평이 많았다. 그러나 이곳의 아이스크림 속에 있는 sticky rice는 달랐다.
우선 이곳 아이스크림은 바닐라+망고+코코넛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게 먹다 보면 아이스크림이 자연스럽게 녹아서 밑에 있는 밥과 섞이게 되는데 많은 분들이 낯설게 '그게 무슨 맛이야?'하고 물을 테지만 생각보다 정말 맛있다. 특히나 기대를 안 하고 먹는다면 당장 길거리에 파는 sticky rice를 사서 먹어보고 싶을 정도로 밥이 아이스크림을 먹은 뒤 환상적인 마무리를 담당해준다. 더욱이 밑에 있는 싱싱한 망고 과육과 같이 먹으면 식사 후에 든든하고도 입가심까지 동시에 가능한 디저트가 된다. 다만 가게 안에 자리가 별로 없기 때문에 기다려야 하거나 테이크 아웃해야 할 때가 많다.
카페를 돌아다니며 마음 내키는 데로 여행을 해서 그럴까. 아무 것도 하지 않아서 그랬을까. 삶의 호흡이 가빠지면 치앙마이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래서 치앙마이는 좋았던 카페처럼 부담 없이, 또 방문하고 싶은 그런 예감과 만족감으로 가득찬 도시였다. 그게 많은 사람들을 치앙마이로 불러 들이고 눌러 앉히는 매력이 아닐까. 치앙마이에는 다양한 음식점들이 많다.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라가 많아서기도 하지만 치앙마이에 눌러 앉게 된 사람들이 자신의 나라의 음식을 팔기도 한다. 다음 편에서는 치앙마이의 다양한 음식을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