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변민욱 Oct 09. 2023

연애, 조금 더 냉정하게는 입시와
비슷한 시드 투자

왓차의 베팅을 보고 들었던 생각들 정리 

최근, 연휴기간 동안 왓차에서 VC의 생태계를 다룬 Betting을 봤는데요. VC의 선배 분들과 스타트업 창업가 분들의 애환이 담겨 있어 3부작이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네요. 아래는 중요하게 느낀 점들입니다. 


ㅁ 시드 투자의 과정은 연애, 조금 더 냉정하게는 입시와 비슷하다.

우리는 어떤 아이와 함께 해야 할까요? 우리가 메자닌, IPO(거의 고2 겨울방학) 등도 아닌 초기 단계(초등학교 1학년-6학년)라면 우리의 학창 시절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에 영어 유치원을 다녔던 아이?' '좋은 집안에 다니는 아이?' 벌써 '논문을 썼다는 아이?' 일반적으로 그런 아이들이 성공할 확률은 높습니다. 근데 우리 학창 시절을 돌이켜 보면 과연 그랬나요? 그러기에는 대입까지 시간이 너무나 많이 남아있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지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 동기부여와 목표가)이 명확한 아이'가 가장 성공확률이 높았던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컴퓨터를 부수어가는 것부터 컴퓨터실을 몰래 쓰다가 혼나는 아이, 해리포터를 좋아한다는 수준이 아니라 영어 원서를 지가 해외에서 주문해서 사전 펼쳐놓고 읽는 아이 등이요. 그처럼 '쟤는 뭘 해도 성공하겠다' 싶은 애들이 정석적인 루트를 잘 타는 애들보다 초기 관점에서는 더 높았습니다. 그냥 영어학원 다니면서 장래희망에 외교관을 썼던 저에 비해서는요. 그렇기에  학창 시절을 돌이켜봤을 때 우리가 현재 상태를 대입해서 그들의  꿈을 재단하거나 실현가능성을 분석하는 것은 중요하나 동시에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건 함께 논의하며, 목표를 만들 수도 있죠. 우리의 역량부족에 따른 불편함을 그들에게 전가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액셀러레이터/투자자도 조금씩 나뉘는 것 같습니다. 이 아이의 꿈을 정말 잘 이뤄줄 수 있는 맞춤형인 곳들도 있으며, 흔히 '저 선생님이 서울대를 잘 보내더라'라는 선생님처럼 라운드를 리드해 주며 동시에 후속 라운드를 위한 준비를 함께 잘해주시는 곳들도 있을 겁니다. 물론, 당연히 둘 다 잘해야 합니다만 그렇다는 가정 하에서 그러나 동시에 내가 액셀러레이터/투자자라면 어떤 유형인지, 어떤 것을 더 잘하는 사람인지 경험을 쌓아가면서 의도적으로 수련하고 또 확인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전자의 유형은 따뜻하고 배려가 넘치고 후자의 유형은 냉정한가요? 하지만 후자의 유형이 필요한 사회와 시장도 있으며, 이를 잘하는 것 역시 중요할 것 같습니다. 


ㅁ 그 기업이 꿈을 이루면, 그는 또 다른 기업의 꿈이 된다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님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는 차치하고 그분의 임팩트를 보면 엄청났습니다.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라는 저서를 내기 전과 후의 생기부 데이터를 분석해서 국제기구 언급량을 분석해본다면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겁니다. 국제기구 공무원이라는 영역이 있는지조차 몰랐던 아이들에게 그것에 대한 존재와 성공가능성 모두를 말해줄 수 있는 케이스였습니다. 그렇게 하나의 스타트업이 꿈을 이루면 그만큼의 저변이 팔로워들에 의해서 만들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큐멘터리에서도 나오겠지만 이전 '닷컴 버블', '벤처 붐' 등도 정말로 거품처럼 성과도 없이 사라졌다고 이야기해서는 안 됩니다. 시기는 조금 다르지만 그즈음에 Naver, NHN, Daum 등이 등장했으며 이에 후발주자로 카카오 등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조금 더 전 세계로 시야를 넓히면 아마존은 기업의 우선순위를 파괴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스캐일업 문법을 만들었습니다. 과거, 지속적으로 적자를 내는 기업에 투자를 한다고 하면 전통적인 투자 업계에서는 당연히 미쳤다고 할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마존 등의 실리콘밸리에서 MS를 먼저 성장시키는 모델 등이 성공을 하며 국내의 여러 스타트업이 투자와 성장의 기회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ㅁ 문제를 맞히려면, 옳은 선지를 찾아내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서 스타트업/액셀러레이터/투자자 모두 실패가능성보다는 성공할 수 있는 요인에 집중해야 합니다. 실패할 수 있는 요인을 고르는 것은 다음 중 옳지 않은 것을 고르시오 라는 문제에 옳지 않은 것을 찾아내는 일입니다. 문제 이야기가 나와서 비유를 이어가보면, 스타트업은 결국 해당 영역의 주어진 문제를 풀어내야 합니다. 근데 30문제 중에서 내가 풀 수 있는 문제도 있고 없는 문제도 있습니다. (바로 떠오르는 수학) 그래서 중요한 것이 시간(런웨이) 내에 얼마나 많은 문제를 도전해봤는지가 중요합니다.


맞습니다 '안 풀리면 넘어가라'라고 해도 실제 고사장에서 그러기도 쉽지 않습니다. 거의 다 풀었는데... 싶은 문제가 많기 때문이죠. 그래서 우선 시간(런웨이) 내에 모든 문제를 만나서 각을 재봐야 합니다. 왜냐면 이 시험은 다행스럽게도 100분이 딱 정해진 것이 아니라 푼 정도를 보여주며, 시간을 더 달라고도 할 수 있는 시험입니다. 시험인 동시에 위와 같은 케이스를 만들어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타깃은 현재 내가 몇 문제를 맞힐 수 있는가와 유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ㅁ 나는 앞으로 그럼 무엇을 해야 하는가? 

위에서 되게 논리적이고 뭔가 공부해야 할 것처럼 적었지만 역설적으로 '나는 어떤 기업과 대표님에게 설레는가?(어떤 아이의 어떤 꿈에 설레는가?)'를 찾아보려 합니다. 여러 VC 심사역, 그리고 영상에서 나오는 VC CEO분들이 사람을 본다고 이야기하는 것의 중심에는 결국에 저게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결국 가치관이 되고 철학이 되며, 포트폴리오가 되어가는 것 아닐까요?  



작가의 이전글 테라에서 배틀그라운드까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