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여전부터 있었던것 처럼...
1년 11개월 동안 몸담았던 근무지를 떠나 새로운 곳에 온 지도 어느덧 한 달이 넘었다. 그 시간 동안은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차분히 마음을 들여다보거나 글을 쓸 여유조차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야 조금 숨을 고를 틈이 생겼고, 비로소 지난 한 달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낯선 곳은 역시 쉽지 않았다.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업무, 새로운 분위기 속에서 내가 잘 지낼 수 있을까, 이곳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늘 마음 한쪽에 자리하고 있었다. 겉으로는 담담한 척했지만, 사실은 작은 것 하나에도 긴장하고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체계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그 안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주어지고, 잘하든 못하든 적어도 내 몫이 명확하게 있는 상태에서 마음이 놓이는 사람이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어디까지가 내 역할인지 분명할 때 나는 비로소 안정감을 느낀다. 어쩌면 그것은 단순히 일하는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세상을 견디는 방식과도 닿아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번 한 달은 더욱 정신없이 지나갔다. 새로운 곳에 적응하느라 하루의 대부분을 쏟아야 했고, 그 과정에서 기존의 일상은 거의 모두 멈추다시피 했다. 예전에는 자연스럽게 해오던 일들, 틈틈이 챙기던 것들, 내 삶을 유지해 주던 작고 익숙한 루틴들이 어느 순간 뒤로 밀려났다. 나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우선은 이곳에 집중해야 했고, 새로운 환경 속에서 버텨내는 것이 가장 급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 한 달 동안 나는 오롯이 이곳에 나를 맞추는 데 힘을 쏟았다. 하루는 빠르게 흘러갔고, 집에 돌아오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잠드는 날이 많았다. 몸은 생각보다 솔직해서, 긴장과 피로가 쌓이면 바로 신호를 보냈다. 그래서 이번에는 예전처럼 무리하지 않으려고 했다. 아프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고, 건강을 잃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겼다. 예전 같으면 이를 악물고 더 해냈을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나를 지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그렇게 버티고 견디며 지나온 시간이 쌓이자, 이제는 조금씩 익숙함이라는 것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직 완전히 편안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처음처럼 모든 것이 낯설고 불안하지만은 않다. 업무의 흐름도 조금씩 보이고, 사람들의 분위기도 조금은 읽히고, 나 역시 이 공간 안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감을 잡아가는 중이다. 적응이란 어느 날 갑자기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조금씩 몸에 스며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제야 다시 나를 돌아보게 된다. 한동안 미뤄두었던 일들, 언젠가 다시 해야지 하고 접어두었던 생각들, 바쁘다는 이유로 잊고 있었던 나만의 계획들을 다시 하나씩 꺼내 보려 한다.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일이 우선이었다면, 이제부터는 그 안에서 나의 패턴을 다시 만들어야 할 시간이다. 단순히 주어진 일만 해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도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리듬을 찾고 싶다.
그동안 잊고 묻어두었던 일들을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아주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멈춰두었던 일상을 조금씩 복원하고, 내가 원래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 붙잡고, 나를 위한 시간을 다시 만들어 가는 일. 어쩌면 지금의 나는 완전히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서 있다기보다, 잠시 멈춰두었던 나를 다시 천천히 이어 붙이는 중인지도 모른다.
한 달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시간일 수 있지만, 내게는 많은 것이 바뀐 시간이었다. 익숙했던 자리를 떠나 낯선 곳으로 옮겨왔고, 불안과 피로 속에서도 어떻게든 하루하루를 살아냈다. 그리고 이제는 조금씩 다시 나의 삶을 정리할 여유를 찾고 있다. 아직은 완전하지 않지만, 그래도 나는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 오늘의 감정 세 가지
피곤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여유가 생기는 마음.
그리고 앞으로를 생각하게 되는 마음.
지쳐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시 잘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함께 있다.
반짝기분: 그래도 up
완전히 가벼운 기분은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이 조금은 올라온다.
작은 숨통이 트인 것처럼, 잠깐이라도 괜찮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 지금 가장 크게 자리 잡은 감정
언제까지?
이 말이 오늘 내 마음속에 가장 크게 남아 있다.
버티고는 있지만, 이 시간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 왜 이런 기분이 들까?
그렇듯 불안정한 생활이라서 그런 것 같다.
조금 나아지는 듯하다가도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생각이 늘 마음 한쪽에 있다.
그래서 쉽게 안심하지 못하고, 자꾸만 앞으로를 걱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