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가 싫었다. 개가 쫓아올 때 빼고는 악을 쓰고 달려본 적이 없다. 잘 못 뛰는 애들은 잘 다친다. 발목을 접질린 후로는 달릴 때마다 복숭아뼈가 시큰시큰했다. 제대로 치료를 못하고 넘어간 탓이다.
왼쪽 폐를 반쪽 잘라낸 후로 폐기능은 70%로 떨어졌다고 하지만 폐기능의 100%를 제대로 쓴 적은 있었던가, 70%까지 회복된 것도 어마한 일이란 생각을 했다.
바람이 좋은 저녁에 아들 셋과 산책 삼아 나왔다가 아무도 없는 학교 운동장에 들어왔다. 바람이 차가운데도 가슴이 영 답답해서 웬일로 뛰고 싶었다. 아무도 없어서 텅 빈 운동장을 맘껏 뛸 수 있을 것 같았다.
준비, 땅! 나는 무릎을 가슴까지 끌어올려 전력질주하는 육상선수의 폼을 머릿속에 그리며 달렸다. 한 바퀴, 한 바퀴 바~ 안. 헉헉. 숨이 턱밑까지 차올랐다. 쌕쌕. 호스에서 바람이 억지로 새어 나오는 소리가 들린다. (수술을 한 후로 숨이 차면 그런 소리가 들린다.)
월요일, 이제 마지막 정기검진을 받는 날이다.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럽던 시간이 벌써 5년이나 흘렀다니... 몰아쉬는 숨 사이로 여러 생각이 흐른다. 가끔씩이라도 이렇게 전력질주를 해야겠다. 벅찬 숨으로 심장박동수가 늘어나고 온몸은 뜨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