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검사를 받으러 왔다. CT촬영만 있을 때는 종종 혼자 왔지만 뼈스캔까지 하는 날엔 남편과 같이 왔었는데, 마지막이라고 용기를 내어 혼자 왔다. 서울이라고 올라와봐야 대중교통과 병원건물을 왔다 갔다 하는 게 전부. 주삿바늘 꽂고 시체처럼 누워 뜨거운 조영제를 느끼며 숨을 들이마셨다 참았다 하면 끝.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푸드코드를 향했다. 금식 끝에 먹는 거라 자극적이지 않은 걸로. 된장찌개. 9500원. 주문번호가 울리고 식판을 들고 자리를 잡았다. 두부 3조각, 시래기, 호박 몇 덩이, 잘게 썬 양파 몇 개가 보인다. 끝이다. 밑반찬으로 나온 멸치볶음에는 중간 크기의 멸치 머리가 몸통보다 많다. 먹을 게 없어서 된장국이랑 밥 한 공기로 배를 채웠다. 뼈검사를 하려면 주사액이 온몸에 흡수되기까지 3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전에 남은 폐기능 검사를 하고 일부러라도 병원 안을 계속 걸었다. 버스를 4시간이나 타고 왔는데 또 그걸 타고 내려가야 하니 몸을 움직여야겠다 싶어서...
조영제를 배출하려면 15시간 안에 1.5L 물을 마셔야 한댔는데 물이 안 넘어간다. 커피를 한잔 사 와서 빈자리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서럽다.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곡이 ‘여수 밤바다’여서 그랬을까. 혼자서 씩씩하게 백팩을 메고 나처럼 병원을 거닐고 있는 여자의 걸음걸이 때문일까. 무슨 통보를 받았는지 몰라도 전화통을 붙들고 서럽게 울고 있는 한 여자 때문일까... 노년의 걸음을 부축해 가며 잠시 요기를 하고 일어서는 부부의 뒷모습 때문일까. 난 잠시 눈물이 맺혀서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