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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는 사실 웃겨야 합니다

개그에 소질이 없다면 디자이너말고 다른 직업을 알아보셔도 좋습니다.

by 정채린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겠지만, 사실 디자이너는 웃겨야 합니다.


유머는 디자이너가 갖춰야 할 '필수 재능'이거든요.


디자이너는 단순히 예쁘게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에 없던 걸 새롭게 창조하는 사람입니다.

디자인의 목적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니까요.


물론 잘 만들어진 비주얼이 우선인 건 당연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약간의 유머가 더해지면, 잘 만든 디자인의 마지막 한 끗을 완성 해 주죠.


저는 주기적으로 컴퓨터에 설치된 폰트를 청소합니다.

분명 설치할 땐 예뻤는데, 막상 디자인할 땐 사용하지 않게 되는 폰트들이 있거든요.

한 번씩 싹 밀고 새로 다시 받아요.

한가한 주말을 맞아 폰트 재정비를 하려고 유명한 폰트 사이트 '눈누'에 들어가 폰트를 둘러보고 있었는데요...

"조선굴림체"

"조금 일하고 많이 벌고 싶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너무 웃긴 거예요.

이거 완전 '조선에서 굴려지는 직장인들' 대사잖아요!

보통 폰트 샘플 문장은 폰트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문장이거나, 폰트에 대한 설명인데, 거기에 직장인의 심경 고백을 박아버리다니! 이걸 어떻게 다운을 안 받겠어요. ㅋㅋㅋ

https://noonnu.cc/font_page/415


그래서 조선일보 폰트들을 둘러봤는데요

"진지하니까 궁서체로 말한다." 이 밈이 너무 유명해서인지, 이제는 조선일보체만 봐도 웃긴 것 같아요.

https://noonnu.cc/font_page/416


웃으면서 스크롤을 내리는데... 검은 고딕체로 쓰인 문구에 멈칫했어요.

"내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앞이 깜깜하다'는 말을 이렇게 써놓으니까 새롭게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론 너무 웃기네요.

https://noonnu.cc/font_page/106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구직 중] 김눈누, Designer... 이거 완전 현상수배범 같아요.

폰트 이름처럼 원티드(wanted) 상태인데, 경찰이 아니라 회사가 원하는 인재라니. ㅋㅋㅋ

조심하세요. 붙잡힐 수도 있습니다.

https://noonnu.cc/font_page/1269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습니다.

디자이너는 웃겨야 돼요.



폰트에 관한 글을 썼으니, 디자이너가 추천하는 세련된 폰트가 빠질 수 없죠.

유튜브 자막, PPT를 만들 때, 혹은 과제 발표나 보고서에 쓸 만한 클래식한 폰트까지,

대표적인 폰트들을 하나씩 추천해 드릴게요.


★ 페이퍼로지

제목에 쓰면 최고인 페이퍼로지는 몇 년째 부동의 BEST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폰트예요.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매력으로, 발표 자료나 브랜딩 작업할 때 빛을 발해요.


https://noonnu.cc/font_page/1456


★ 에스코어드림

너무나 유명한 에스코어드림

본문에 사용하세요. 폰트계의 국민템, 어디에 써도 어색하지 않아요.

블로그, 앱, UI, 광고 카피까지 두루두루 어울리는 폰트예요.


https://noonnu.cc/font_page/223


★ 프리텐다드

너무 유명하고, 널리 자주 쓰이는 폰트 프린텐다드.


https://noonnu.cc/font_page/694


★ 평창평화체

평창평화체 폰트는 강렬한 만큼 최고예요.


https://noonnu.cc/font_page/950


★ 학교안심 별빛하늘

비슷한 서체로 학교안심 별빛하늘체가 있는데요

이 폰트를 사용해 포토샵에서 볼드(bold)를 주고, 베벨 앤 엠보스(bevel & emboss)를 아주 얇게 주면

로맨스 웹소설 표지 같은 디자인 완성!


https://noonnu.cc/font_page/1471


★ 나눔 손글씨펜

이 폰트를 사용하면 마치 정말로 누군가가 말하고 있는 듯 한 느낌을 줘서 제가 애용하는 폰트예요.


https://noonnu.cc/font_page/44


조금 일하고 많이 벌고 싶다'는 폰트 문구에 공감하는 모든 직장인들에게,

그리고 진지한 디자인 속에서 유머를 찾아내는 디자이너들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부디 여러분의 작업에도 유머라는 한 끗이 더해져,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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