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오래 다닐수록 커지는 것은 책임감이다. 물론 직급이 올라도 늘 같은 업무만 하는 경우는 예외라 할 수 있다. 직급이 올랐는데, 사원 때 했던 일을 부장이 되서도 하고 있다면, 그 조직은 좀 이상한 조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경험이 쌓여서 원래 하던 일을 능숙하게 해낼 수 있게 되면 자연스레 그 자리를 다른 후임자에게 내주고 새로운 역할(좀 더 책임감이 따르는 역할)을 갖게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 생각에 책임감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수동적 책임감과 능동적 책임감이다. 이는 어떤 역할에 따르는 행동을 하는 의지가 어디서부터(누구로부터) 나오는지가 결정적이다. 공통점은 주변으로부터의 기대와 예상을 거스를 때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수동적 책임감은 내게 요구되는 역할에서 특정 행동이나 업무를 수행하는 의지가 타인에게 있는 경우다. 보통 회사조직에서 주어지는 역할을 수행할 때가 이에 해당한다. 회사가 주는 역할에 맞는 행동과 해야할 업무가 있는데, 이에 부응하지 못 할 경우, 책임을 지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수동적 책임감은 해야 할 것을 고의로 하지 않거나, 하고자 했지만 능력이 부족하거나 상황이 어려워 못 했을 경우에 지게 된다.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이해하지 못해서 해야한다는 생각도 못 한 경우에도 책임이 따른다. 이 모든 경우가 가장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수동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다. 궁극적으로 타인(또는 회사)이 원하는 바를 해내지 못 한 데서 나오는 책임감이다.
능동적 책임감은 좀 다르다. 가만히 있으면 책임질 일이 생기지 않는 경우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책임을 안 져도 되지만 기어코 자신의 의지로 어떤 행동을 하게 될 때, 능동적 책임감을 느낀다. 회사에서 시키지도 않은 일을 어떤 의도로(선하거나 악하거나) 하고자 할 때, 때로는 상급자도 그 일을 꺼려하거나 심지어는 반대하는 경우에 자기의 의견을 관철시켜 자기 뜻대로 일을 추진할 때 능동적 책임감이 생긴다. 이런 경우는 자기가 한 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다. 보통의 확신으로는 이렇게 능동적으로 책임을 지는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많은 경우, 위대한 역사는 이렇게 능동적인 책임감을 지고자 했던 사람들을 통해 일어났다.
번외로, 아주 고약한 사례도 있다. 자기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책임을 들먹이는 사람이 있는데, 결국 책임을 지진 않는다. 누군가 능동적으로 어떤 일을 추진하고자 할 때, 그 일을 반대하기 위해 책임을 지려 하는 경우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에게 불리한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기의 자리를 걸고 반대를 한다. 누군가의 계획이 자신에게 불리할 때,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만약 그 일을 한다면, 자기가 모든 일에서 손을 떼겠다면서 자기 자리를 걸고 책임을 지겠다는 것인데, 그 속마음은 실제로 그럴 마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반대를 위한 노림수일 뿐이다.
책임을 질 수 있냐는 말에 그렇다고 대답해야 한다면, 그 말에 대한 무게를 생각해보면 좋겠다. 반대가 있어도 그것을 무릅쓰고 해내고자 할 때, 책임감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