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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규원 Nov 06. 2024

꿈은 꿀 수 있는거지

넌 꿈이 뭐야?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어렸을 때, 이 명언은 많은 사람들이 인용하곤 했었다. 누가 한 말이었는지는 시간이 훌쩍 지나고 나서 알게 되었다. 미국인 과학자이자 교육자인 윌리엄 클라크는 일본 훗카이도 대학(당시 삿포로 농학교)의 총장으로 있었고 학생들에게 깊은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져있다. 나도 학용품(노트였는지 책받침이었는지)에 저 문구가 써있는 것을 봤던 기억이 난다. 


  자라나는 어린아이들에게 꿈을 크게 가지라고 조언을 해준다. 아이들에게는 아직 엄청난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 재능도 필요하고, 지원도 있어야 하며, 극복해야 할 환경도 있을 거고, 운도 따라야 한다. 한마디로 누구나 다 꿈을 이룬다고 말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어쩌면 꿈을 포기하라고 말하는 게 현실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특히나 선진국이 아닌 국가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렇더라도 꿈은 꿀 수 있는 것이다. 가능하면 큰 꿈을 꾸어야 한다.


  "넌 꿈이 뭐야?"


  난 살아오면서 이 질문을 여러 번 받았다. 유치원 생일파티 때, 유치원에 엄마가 오셨는데 모든 친구들이 다 보는 데서 어머니께 낳아주셔서 감사하다고 큰 절을 올리고 안아드리고 볼에 뽀뽀를 해드렸다. 그 사진은 오래된 앨범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때 생일자들에게 공식적으로 꿈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했었다. 나는 내 꿈을 뭐라 말할까 잠깐 생각해본 후, 의사가 되어 아픈 사람들을 고쳐주겠다고 대답했다. 훌륭한 대답이라고 박수를 받았는데, 난 의사가 되진 못했다. 


  중학생이 되어서 친구들과 야구장에 갔던 적이 있었다. 나는 한 때 야구선수가 되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내 재능과 상관없이 그저 야구라는 스포츠를 좋아해서 그랬었다. 친구들과 갔던 야구장에서 내 기억으로 게임 자체는 경기 초반에 이미 승부가 결정났다고 해도 될 정도로 일방적인 경기였다. 잠실야구장이었으니까 아마도 LG의 홈경기였을텐데, 상대팀이었던 쌍방울이 크게 졌던 것 같다. 경기 후반쯤 되었을 때, 나는 한 친구와 외야석으로 자리를 옮겨서 대화를 했다. 당시 야구장은 지정석이 아니면 자리를 이동하면서 관람이 가능했다. 외야에서 다른 사람에게 우리 말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의 거리에 떨어져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친구가 문득 내 꿈이 뭔지를 물어봤다. 그 때 나는 대통령이 되어 나라를 이끌 거라고 말했다. 정치에 관심도 없었으면서 뭔가 이끄는 자리에는 가고 싶었던 것 같다. 


  고등학생 때는 방학 때 친구들과 무계획으로 갑자기 바다여행을 갔다. 아침에 급 연락을 받고 갈아입을 옷도 없이 간단한 짐만 챙겨서 나왔다. 근처 마트에서 먹을 것을 대충 사고 총 7명이 지하철을 타고 송도로 갔다. 멀리 간 것도 아니었고 고작 인천에 있는 송도 유원지였는데, 아무리 계속 들어가도 대륙붕이라 수심은 허리밖에 안 왔다. 물 색도 푸른 색이 아니어서 모래사장은 있었지만 바다 느낌은 아니었다. 대충 챙겨온 음식들을 먹고 텐트를 치고 있었는데, 동그랗게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한 친구가 너희들은 꿈이 뭐냐고 물어봤다. 당시 이과였던 나는 과학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그 때 난 생물학을 좋아했고, 스스로도 잘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른 친구들도 하나씩 자신의 꿈을 이야기했는데, 그 꿈을 향해 지금도 잘 살고 있다.


  대학생이 되어서 군대를 가기 전, 입대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학과 MT를 갔다. 예비 군인이 MT에 왔다고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복학생 선배들이 밤 프로그램으로 약간의 담력시험 같은 것을 준비해주셨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 시골의 산 속에서 대학생 5명이 그룹을 지어 선배들이 지정해 놓은 장소로 가야했다. 각 장소에는 임원진 선배들이 한 분씩 계셨고, 그곳에서 하나씩 미션을 수행했다. 마지막 프로그램에서 좀 진지한 질문에 답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예상되듯이 그 질문은 너의 꿈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돈을 많이 벌겠다는 원대한 꿈을 가진 친구들도 있었는데, 나는 다른 사람들을 돕는 사람이 되겠다고 대답했다. 내 주변의 사람들을 돕겠다고 말했고, 그 질문을 한 선배는 감동을 받고 나를 응원하겠다고 말해줬다. 






  내 꿈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금도 나는 종종 나보다 어린 친구들에게 꿈이 있냐고 묻는다. 많은 친구들이 아직 잘 모르겠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말하지는 않지만 마음 속에 품고 있는 꿈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이 그 꿈을 소중히 여기길 바라고, 또한 그 꿈을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다른 사람이 주변에 많이 있기를 바란다. 무시 당하고 평가절하될 꿈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루지 못한다고 해도 나는 이야기해주고 싶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 꿈은 여전히 진행중이라고. 







사진: Unsplashabigail 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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