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폐업이 아름답다

동네에 작은 책방이 문을 닫았다

by 현월안




동네에 있던 아주 작은 책방 하나가 문을 닫았다. 책방 이름은 "작은 꿈 책방". 단독주택을 고쳐 만든 공간이라 처음 들어갔을 때부터 그 책방에는 어딘가 모를 사람의 온기가 배어 있었다. 창문으로 비스듬히 들어오는 햇살과, 책장 사이를 천천히 흐르는 시간. 그곳은 서점이라기보다 누군가의 집에 잠시 초대받은 느낌에 가까웠다.



가끔 산책을 하다 들르기도 하고, 어떤 날은 별다른 목적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가 한참을 책에 빠지곤 했다. 책을 사지 않고 나오는 날은 없었다. 그 공간은 언제든 찾아가도 괜찮은 편안한 곳이었다. 동네에 이런 책방 하나쯤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의 소소한 즐거움이었고 또 골목의 풍경이 조금은 더 따뜻해지는 친근한 그런 존재였다.



그 "작은 꿈 책방"이 2026년 2월 27일, 정확히 10년을 채우고 문을 닫았다. 사실 책방의 주인은 오래전부터 말해 왔다. "책방을 10년은 해보자고 마음먹었어요. 딱 10년까지만 운영할 겁니다" 그러나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속으로 믿지 않았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작은 서점 하나가 오래도록 골목을 지켜주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다.



책방 주인 그녀는 마지막이 다가올 때쯤 단골들에게 짧은 문자를 보냈다. 송별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문자였다. 그렇게 마지막을 오래된 단골들과 함께 했다. 강원도 영월이 고향인 책방지기 그녀는 우리 동네에서 책을 연결로 만난 사람들과 10년의 시간을 함께 풀어냈다.



보통의 폐업이란 대개 쓸쓸한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간판을 떼어내고, 박스에 물건을 담고, 정리되지 않은 마음을 안은 채 가게 문을 닫는 장면들 말이다. 그러나 "작은 꿈 책방"의 마지막은 조금 달랐다. 오랜 단골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었고, 그동안의 시간을 이야기하며 책방지기 그녀를 칭찬했다. 마치 하나의 긴 여행을 마친 사람들처럼, 환한 얼굴로 그녀의 책방 기억을 더듬었다.



그 자리는 끝이 아니라 그녀의 작은 시작처럼 보였다. 책방 주인은 책방을 시작한 직후 출산과 양육의 시간을 함께 지나왔다. 책방지기이자 엄마였고, 틈틈이 글을 썼다. 정해진 시간에 문을 열고 닫는 일, 책을 고르고 진열하는 일, 독자와 만나는 자리를 꾸리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체력과 마음을 요구한다. 그 사이에서 아이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내어주지 못한다는 미안함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10년을 버텨냈다. 인생의 황금기라 불리는 시간을 책방이라는 작은 공간에 바쳤다. 어떤 이에게는 그 시간이 짧아 보일 수도 있지만, 한 사람이 자신의 시간을 꾸준히 한 곳에 쏟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삶은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방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사람들은 먼저 걱정을 했다. 혹시 운영이 어려워서일까, 혹시 버티기 힘들어서일까. 그러나 그녀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2026년 2월, 책방의 문을 닫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닫는 게 아니라 졸업해요. 다행히 망하지 않았어요. 훌륭한 단골들과 글 쓰는 동료들의 도움으로 삶의 한 챕터를 잘 마무리합니다. 졸업은 제 손으로 준비하는 마지막 행사예요. 이 공간을 아껴준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저 자신에게도 고생했다고 말해주는 자리예요. 끈기 없는 제가, 10년을 해냈거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조금 환해졌다. 폐업이라는 말에는 끝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 있지만, 졸업이라는 말에는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기쁨이 있다. 흔히 무엇이 끝나면 실패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삶의 많은 장면은 제때 마무리할 줄 아는 이에게 더 깊은 의미를 남긴다.



어쩌면 삶은 수많은 졸업의 연속인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과의 인연에서 졸업하고, 어떤 공간에서의 시간을 졸업하고, 어떤 시절의 자신에게서도 조용히 졸업한다. 돌아보면 "작은 꿈 책방"은 단지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었다. 그곳은 책 한 권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던 공간이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은 언제나 우연처럼 시작된다. 하지만 그 우연이 오래 머물면 인연이 된다. 책방을 드나들던 사람들 역시 처음에는 단순한 손님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서로의 얼굴을 알아보고, 안부를 묻고, 같은 책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문우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책방이 사라진다는 사실보다 그곳에서 함께 보낸 시간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어떤 공간은 의미보다 기억으로 존재한다. 문이 닫혀도 마음속에서는 계속 열려 있는 곳이 있다. "작은 꿈 책방"은 그런 곳이다. 사랑이 지나가도 추억이 남듯, 어떤 공간도 사라진 뒤에야 마음속에서 또렷해진다. 그곳에서 나눈 이야기와 웃음, 조용히 책장을 넘기던 시간들은 오래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괜찮다. 한 사람이 자신의 삶의 한 장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생각보다 따뜻한 경험이다. 세상에는 끝까지 버티는 용기도 필요하지만, 때가 되었을 때 미련 없이 다음 길로 걸어가는 용기도 필요하다. "작은 꿈 책방"의 졸업은 그런 용기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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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언젠가 다른 도시의 어느 골목에서, 그녀의 또 다른 형태의 꿈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책이든 글이든, 혹은 전혀 다른 삶의 이야기든 말이다. 우연히 만났던 작은 책방 하나가 내게 준 것은 지극히 평범한, 아름답게 지나가는 내 삶의 주변 이야기다. 그리고 떠나는 공간 앞에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작은 꿈 책방"에는 진짜 꿈을 나누어 주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