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광화문 공연을 세상이 주목하는 것처럼
글을 쓰는 이들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문학 이야기가 오간다. 작품의 문장과 구조와 시대의 감수성, 문학의 역할 같은 이야기들 사이에서 빠지지 않는 화제가 있다. 바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의 변화다. 그중에서도 작가이면서 번역가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많이 놀랐다.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번역은 물론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여러 나라를 통해 번역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노벨 문학상을 받기 전과 후가 놀라울 정도로 달라졌다는 이야기다.
그 말에는 감동 이상의 의미를 품고 있다. 그것은 요즘 시대의 독자가 느끼는 작은 기쁨이면서 또 한국문학이 맞이한 커다란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세계문학을 읽기 위해 번역이라는 다리를 건너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세상이 한국어라는 다리를 건너 우리에게로 오고 있다. 언어의 방향이 바뀌고 문학의 지형도 또 조용히 달라지고 있다.
오랫동안 문학개론은 이렇게 정의해 왔다. "한국문학은 한국인이 한국인의 사상과 감정을 한국어로 표현한 것이다." 그 정의는 오랜 세월 안정적인 울타리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울타리를 조금씩 흔들어 놓았다. 세상 곳곳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어로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한국문학이 다루는 정서 또한 더 이상 한 사회의 경험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제 한국문학은 한국인의 이야기이면서 또 인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생각해 보면 문학의 역사에서 언어는 늘 경계를 넘어왔다. 영미문학과 프랑스문학의 세계적 영향력 역시 언어 속에서 형성되었다. 제국주의와 식민 통치라는 복잡한 역사적 과정 속에서 영어와 프랑스어는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갔고, 그 언어로 글을 쓰는 작가들 또한 다양해졌다. 주요 문학상 수상자들 가운데 그 나라 작가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 사실은 한국문학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가리킨다. 그 길은 단순히 더 많은 작품을 번역하는 데에 있지만 또 번역은 여전히 중요한 통로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 독자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정교하고 진실된 번역이 필요하다. 번역가의 감각과 이해는 한 문학의 운명을 좌우하기도 한다.
한국어는 세계의 언어가 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은 단지 언어의 수를 늘리는 문제이기도 하고 그것은 글을 작가의 사유의 확장에 관한 문제다. 언어는 생각의 집이고 감정의 그릇이기 때문이다. 어떤 언어로 세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세상의 얼굴도 달라진다. 한국어가 더 많은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갈 때, 한국문학은 번역된 문학을 넘어 살아 있는 문학이 될 것이다.
다행히 음악과 영화, 드라마와 게임을 통해 한국어는 낯선 소리가 아니라 익숙한 리듬이 되었다. 세계 곳곳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한국어로 노래하고 이야기하는 젊은 세대가 생겨났다. 언어는 그렇게 조용히 사람들의 삶 속에 스며든다. 그리고 언어가 스며든 자리에는 또 이야기가 자라난다.
문학은 이야기의 예술이다. 인간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사랑하는지, 어디에서 상처받고 어디에서 다시 일어나는지를 말하는 예술이다. 그래서 좋은 문학은 언제나 국경을 넘어선다. 어떤 작품을 읽을 때 인간은 낯선 나라의 풍경 속에서도 나의 마음을 발견한다. 그것이 문학이 가진 가장 오래된 힘이다.
한강 작가가 "나의 문학적 자양분은 한국문학에 있다"라고 말한 것도 아마 이런 맥락일 것이다. 한 언어가 오랜 시간 축적해 온 정서와 사유의 깊이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국문학이 가진 힘 역시 그 긴 시간 속에서 길러진 것이다.
세상의 중심으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번역이라는 관문을 지나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조금 더 상상해 보면 한국문학이 세계로 번역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가 한국어로 문학을 쓰게 되는 날은 오지 않을까 하는 질문이다. 그날이 온다면 한국문학은 더 이상 한 나라의 문학이 아니라 하나의 언어 공동체가 만들어 내는 거대한 이야기의 숲이 될 것이다.
문학의 미래는 한 사람이 한 문장을 쓰는 순간에 시작된다. 그리고 그 문장을 다른 누군가가 읽고 마음을 움직일 때, 문학은 국경을 넘어 새로운 삶을 얻는다. 어쩌면 한국문학의 미래도 그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한국어로 생각하고, 한국어로 꿈꾸고, 한국어로 이야기를 쓰게 되는 순간 한국문학은 자연스럽게 세상을 향해 있을 것이다. BTS가 21일 광화문 공연에서 온 세상이 주목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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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강과 같다. 처음에는 작은 샘물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여러 물줄기를 모아 바다로 흘러간다. 지금 한국어라는 강은 조금씩 세상을 향해 흐르고 있다. 그 강을 따라 더 많은 이야기들이 흘러가고, 더 많은 사람들이 그 물을 건너 서로의 마음을 만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날 한국문학은 더 이상 변방의 문학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비추는 또 하나의 넓은 빛이 되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