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어디로 갈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작가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대화의 방향은 늘 예상치 못한 곳으로 흐른다. 문학과 예술, 삶의 이야기로 시작한 자리가 어느 순간 경제나 정치 이야기로 이어지는 것도 흔한 일이다. 그날도 그랬다. 커피 잔이 몇 번이나 비워질 즈음, 대화는 요즘 가장 뜨거운 주제 중 하나인 서울 아파트 가격 이야기로 옮겨갔다.
그 모임에는 경제학을 공부한 작가가 있다. 평소에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남달라 그의 말을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질 때가 많다. 그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현상을 단순한 투기나 정책 실패로만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 말이 그럴듯하게 들린다.
지금 한국은 인구 감소 시대에 들어섰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집값은 내려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사람이 줄어들면 집도 덜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전국의 부동산 시장은 침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조용한데, 서울 아파트 가격만은 여전히 상승의 기세를 보인다.
그는 그 이유를 소득의 흐름으로 이야기한다. 서울과 수도권에는 정보통신 기업이 밀집해 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디지털 산업을 중심으로 한 정보통신 산업이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소득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수출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산업의 성장세도 여전히 가파르다. 이 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앞으로의 소득에 대해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다.
경제학에서는 미래 소득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수록 현재의 소비와 투자가 늘어난다고 말한다. 주택도 마찬가지다. 앞으로의 소득이 늘어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지금 더 비싼 집을 사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특히 직장과 가까운 서울의 주거 공간은 삶의 중심 기반이 된다.
그래서 서울 집값은 인구가 줄어드는 시대에도 오를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또 하나의 이유는 공급 부족을 든다. 서울은 오래전부터 집을 지을 땅이 부족한 도시다. 과거에는 재개발과 재건축을 통해 어느 정도 공급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신축 아파트 입주 물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평균적으로 연간 4만 호 정도 공급되던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최근에는 그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한다. 수요는 여전히 많은데 공급이 줄어들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시장의 자연스러운 결과다.
사람들은 더 넓고 더 쾌적한 집을 원한다. 특히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일수록 살기 좋은 공간에 대한 욕망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런데 그런 욕망을 충족시켜 줄 새로운 집이 많지 않다면 사람들은 몇 안 되는 신축 아파트로 몰려들 수밖에 없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가진 무궁무진 한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서울은 기회가 모여 있는 공간이다. 좋은 학교와 직장, 문화와 정보가 모여 있는 곳이다. 많은 사람이 서울에서 살고 싶어 하는 이유는 삶의 가능성 때문이다. 집값은 그 가능성에 붙는 가격표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누군가는 서울 아파트 가격을 두고 욕망의 지도라고 말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어디에 살고 싶어 하는지, 어떤 삶을 꿈꾸는지가 가격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귀를 쫑긋 세우고 들었다. 경제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그 작가는 두 가지 방향을 이야기한다. 하나는 일자리의 분산이고, 다른 하나는 주택 공급의 확대라고.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 있는 기업과 일자리를 지방으로 옮기면 자연스럽게 인구도 분산된다. 실제로 세종시와 혁신도시가 만들어지던 시기에는 수도권 인구가 줄어들면서 서울 집값이 크게 떨어진 적도 있었다고. 그러나 민간 기업을 지방으로 옮기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기업은 인재가 있는 곳을 선택한다. 특히나 정보통신 산업처럼 인력의 중요성이 큰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강남에서 창업하는 이유도 뛰어난 인력을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기업을 지방으로 옮기려면 강요가 아니라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더 좋은 환경과 더 높은 소득, 더 매력적인 삶의 조건이 있어야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움직일 것이다. 또 하나의 방법은 서울에서 더 많은 집을 짓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이미 서울의 땅은 거의 다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동주택의 용적률을 높이자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1990년대에는 서울의 아파트 용적률이 400%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약 250%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같은 땅에서도 더 많은 집을 지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면 공급을 늘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물론 이런 정책은 도시의 환경과 경관, 생활의 질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어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닐 듯싶다.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고 있으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집값이라는 것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의 풍경이라는 생각이다. 사람들의 욕망과 두려움, 기대와 불안이 한데 모여 만들어 내는 집단적인 이야기다.
그래서 부동산 시장은 늘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마치 안개 낀 강 위를 건너는 배처럼 어디로 흘러갈지 쉽게 알 수 없다. 경제학자도 정책가도 완벽한 답을 갖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 하나는 있다. 사람이 사는 집은 삶의 자리라는 것. 어떤 사람에게 집은 투자 대상이지만, 또 대다수의 사람에게 집은 하루의 피로를 내려놓는 전부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과 식탁 위의 따뜻한 밥, 그리고 가족의 웃음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 집값을 이야기하다 보면 결국 삶을 이야기하게 되고 장황하게 들었지만 또 제자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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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어디로 갈지는 아무도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도시와 인간의 욕망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도시가 있는 한 사람들은 더 나은 삶을 꿈꾸며 그곳으로 모여들 것이다. 어쩌면 부동산 시장은 인간의 희망과 불안이 동시에 머무는 거대한 거울인지도 모른다. 그 거울 속에서 자신의 삶을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