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라는 사실을
가벼운 차림으로 북한산에 오른다
마음은 가볍지만
오르기에는 만만치 않은 산이다
북한산은 언제나 그렇듯
첫 입구부터 수행자처럼 길들인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발바닥으로는 흙의 단단함을 배우고
가슴으로는 깊은 호흡을 느낀다
숨은 자꾸만 위로 치솟고
어깨는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고
필요 없는 생각을 등에 지고
그렇게 산을 오른다
숨이 턱턱 막히는
가파른 길목에서 알게 되는 것들
삶이 힘든 이유는
내가 너무 버티고 있음을,
힘들게 걷다 멈춰 서서
하늘에 닿을 듯 가쁜 숨을 고르며
비워야 할 것은
마음이라는 사실을,
걷다 보면
앞서 가는 사람도, 뒤처진 사람도
각자의 속도로
저마다의 숨으로
묵묵히 걸을 뿐이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세상은 점점 작아진다
그토록 크게 보이던 걱정과
날카롭게 솟아 있던 자존심과
서로를 밀어내던 생각들이
산 아래로 조용히 내려앉는다
정상에서 알게 된다
오를 만큼 오른 길목에서 보면
모든 것은 낮아져 있다는 것을
사람도, 건물도,
그토록 붙들고 놓지 못했던 문제들까지
고개를 숙인 채
해치지 않는 거리만큼 놓여 있다
산 정상에서
누구에게나 같은 모습이다
이루려는 욕심보다
유순해지는 안도
이미 충분하다는 깨달음,
산은 인간을
고요로 길들인다
높은 곳에서
낮아지는 법을 가르치고
끝에 서서
처음의 마음을 돌려준다
하산길에
조금 느슨해진 어깨로
조금 가벼워진 생각으로
다시 삶 속으로 내려간다
산 정상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잠시 알려주는 자리임을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