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건축사이 #3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3년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수없이 뒤바뀐 출퇴근 거리를 생각해보면 10년은 아득하게 느껴진다. 도시에 세월의 손때가 묻는 건 금기시되는 것처럼 시절을 머금었던 건물들은 아예 사라지거나 혹은 뼈대 위에 덧칠된 채로 존재한다. 내가 뛰어놀던 주택가 역시 칠 벗겨진 사자가 달려있던 철제 대문, 마당 한 구석에 그늘을 만들어주던 대추나무, 흙먼지 일던 울퉁불퉁한 골목이 사라지고 반듯한 아파트가 들어섰다. 동네의 두세 군데는 늘 공사 중이다. 허물고 다시 짓고, 증축하고, 다 뜯어낸 뒤 새로운 것들로 채운다.
서울의 어디를 가도 공사장 방음벽을 마주한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프레임의 끝자락에 타워크레인이 걸린다. 때때로 좁은 골목을 차지한 레미콘 차량으로 길을 멈춰야 하고, 사방에서 쏟아지는 망치 두드리는 소리, 드릴 돌아가는 소리, 철근 절단 소리에 이어폰 볼륨을 키운다. 개발의 시대는 지나갔다는데 이 도시는 여전히 지어지고 있는 중이다.
잠시라도 머물러있으면 뒤처지고 결국에는 낙오된다는 생각으로, 현대인의 속도계에 맞추다 완성되지 못하는 도시가 피곤해 보인다. 일상의 반복에 지쳐 과거의 흔적을 더듬어보건만, 그 무엇도 남지 않은 도시가 매정하게 느껴진다. 이어폰 없이 도시를 걷고 싶다. 가려지는 것 하나 없이, 들여다보고 싶은 부분을 다 눈에 담으며.
언제쯤 이 도시가 완성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