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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앤선생님 Mar 09. 2023

현직 교사가 말하는 반장 선거에 뽑히는 비결

반장선거 시즌이 돌아왔다. 대부분 이미 대부분의 학급에서는 반장선거를 끝냈겠지만 내년에 반장 선거에 출마할 학생의 학부모님들을 위해 반장 선거에 뽑히는 비결을 알려드리고 싶다. 혹시 우리 아이가 올해 반장선거에 떨어져서 우울해한다면 꼭 이 글을 읽고 도움을 받으셨으면 좋겠다. 



1. 어떤 아이가 반장이 되는가?

  반장은 학급의 대표다. 아이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수많은 후보들 중에 우리 반의 얼굴이 될만한 학생을 반장으로 뽑는다. 


즉 학급 내에서 주목받는 학생이 반장이 된다는 말이다.


  어른들은 서로 간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투표를 하지만, 아이들은 학급의 분위기를 타고 투표를 한다. 그래 서서 학기 초에 타지에서 전학 온 학생이 곧바로 반장이 되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물론 어른들 세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은 마치 미국에서 이민 온 사람이 곧바로 국회의원으로 뽑히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주목받는 학생'이란 어떤 학생을 말하는가. 대체로 학년이 낮을수록 선생님과의 상호작용이 많은 학생, 칭찬을 많이 받는 학생이 주목받는다. 그리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선생님보다는 친구들에게 인정을 많이 받는 학생이 주목받는다. 

  친구들 사이에서 인정받으려면 공부보다는 친화력이 더 중요하다. 친화력이란 서로 간의 깊은 우정이라기보다는 한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유쾌하고 따뜻한 느낌을 말한다. 어차피 수십 명의 학생들과 모두 친밀하게 지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저 친구는 재미있는 친구네.', '저 친구는 상냥하네.'정도의 이미지만 갖춰도 반장이 되기 위한 자격은 충분하다. 





2. 소심한 아이가 주목받는 방법은?

 '나는 소심한데 어떻게 하면 친구들과 선생님께 주목을 받을 수 있을까?'

이것은 정말 많은 학생들의 고민일 것이다. 대범하고 외향적인 학생은 발표도 곧 잘하고 선생님과 농담도 많이 주고받기 때문에 손쉽게 친구들의 이목을 끌 수 있지만 내향적이고 소심한 학생은 하루종일 아쉬운 마음만 꾹꾹 눌러 담고 집에 돌아가기 일쑤이다. 

 하지만 이런 소심한 학생도 스타가 될 수 있는 마법 같은 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제가 도와 드릴까요?'이다.


제가 도와드릴까요?


 학기 초에 담임선생님들은 너무너무 바쁘다. 나눠줘야 할 안내장, 학습 준비물이 산더미 같다. 가정통신문 어플 덕분에 일이 조금 줄긴 했지만 배부해야 할 것들이 매일매일 한가득이다. 게다가 하루종일 울려대는 업무 메신저 쪽지 때문에 정신이 반쯤 나가있다. 아이들이 하교하고 나서도 쓰레기장으로 변해버린 교실을 혼자 청소하노라면 어느새 좀비가 되어있다. 하지만 누구 하나 선생님을 도와준다고 나서는 아이는 없다. 

 "누가 선생님 좀 도와줄래?"라고 하면 두세 명쯤 손을 들까 말까 한다. 그나마 안내장 나눠주기 같은 일은 자원자가 많은데 쓰레기통 비우기, 선풍기 먼지 닦기를 도와달라고 하면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 

  한 번도 자기 방 청소를 해본 적이 없다는 아이도 있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는 하지만 가끔은 서운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때 누구든 먼저 "선생님, 제가 뭐 도와 들리까요?"라고 말하는 학생이 있다면 그 학생은 선생님 눈에 배려심 넘치는 천사로 보이기 마련이다. 

 "선생님, 제가 안내장 나눠주는 거 도와드릴까요?"

 "선생님, 심부름은 제가 할게요."

 "선생님, 제가 청소 도와드릴까요?"

 "선생님, 제가 뭐 도와드릴 게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조용히 선생님께 다가와 이런 말들을 먼저 꺼낼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그 학생은 폭풍 칭찬의 대상이 될게 확실하다. 이것은 비단 선생님뿐만 아니라 주변 친구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친구야, 내가 도와줄까?"

 "친구야, 내가 빌려줄까?"

 이런 사소한 말 한마디에 아이들은 감동받는다. 

 발표를 잘하지 못해도, 목소리가 크지 않아도 괜찮다. 넘치는 배려심이야 말로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가장 큰 소리일 것이다.  







3. 소심한 아이가 득표하는 방법은?

  반장 선거에 나서 0표를 받는 학생들이 있다. 이 학생들의 공통된 특징은 선거 운동을 하지 않고 출마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쉬쉬하다가 선거 당일 갑자기 출마 선언을 하는 학생도 있다. 그런데 이 방법은 그다지 좋지 않은 것 같다. 모름지기 표를 얻으려면 선거운동을 하는 게 좋다. 특히 남들보다 한발 빠르게 선거운동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 미리 선수를 치는 것이다.


  "나 이번에 반장 선거에 나가려고 하는데 혹시 나를 뽑아 줄 수 있겠니? 나 정말 잘해보려고. 부탁할게"


  이렇게 진심을 담은 눈빛으로 말하면 "싫은데?-_-"라고 대답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 대부분 "응. 그래"라고 하던가 거절을 하더라도 "음~ 생각해 볼게."라고 돌려 말한다. 그리고 수긍을 한 겨우 아이들은 약속을 잘 지킨다. 그것이 어른과 아이의 차이점이랄까. 아이들은 손익을 크게 따지지 않고 친구에게 한 말을 꼭 지키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 명, 두 명씩 친구들을 포섭하다 보면 어느새 든든한 내 편을 많이 만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소심한 아이는 선거 연설에 더 정성을 기울이고 힘을 실어야 한다. 

"제가 반장이 된다면 선생님을 도와 학급을 잘 이끌어 나가겠습니다."와 같은 뻔한 멘트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와 반대로 센스 있는 삼행시, 성대모사, 노래 한곡은 큰 환호를 이끌어 낸다. 투표는 그날의 분위기를 많이 타기 때문에 큰 박수와 환호성을 받는 만큼 득표율이 많이 올라가게 된다. 남들이 지어낸 뻔한 선거 연설 말고 자신만의 개성이 넘치는 유쾌한 연설문을 준비하길 바란다.     





4. 그래서 반장이 되면 좋나요?

  어린 시절 우리 아빠는 초중고 학창 시절 내내 반장을 맡아온 나를 자랑스러워하셨다. 어쩌면 나는 반장이 되고 싶어서 선거에 나갔던 게 아니라 부모님께 칭찬받고 싶어서,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반장이 되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반장을 하면서 친구들에게 오해를 받아 욕도 많이 먹었고, 억울하게 선생님께 혼나보기도 해서 그런가 그 자리가 그렇게 좋진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어떤 그룹의 대표가 되느냐, 못 되느냐에 휘둘리기보다는 누구 앞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또박또박 말할 수 있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누구에게도 굴하지 않고 나의 의견을 정확하고 명료하게 표현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능력이다. 그것은 감투를 쓰느냐 마느냐의 문제와 별개의 것이다. 부당한 것은 부당하다고 말하고, 불공평한 것은 불공평하다고 말하고, 어떻게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교육의 목표다. 


  혹시 오늘 반장선거에 떨어진 아이가 있다면 선거 결과가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잣대가 아니라는 것, 목표는 반장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용기를 기르는 것이라는 것을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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