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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앤선생님 Jan 10. 2023

친구에게 당하기만 하는 아이를 위한 해결법

우리 아이는 친구한테 당하고 와요.


1) 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해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승우 엄마의 사연 

금요일 저녁. 쳇바퀴 굴리는 다람쥐처럼 바삐 일하던 승우 엄마는 째깍거리는 시계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승우 밥 차려줘야 하는데 늦었다!"

엄마는 허둥지둥 짐을 챙겨 퇴근할 준비를 했다. 워킹맘이 된 후로 매일매일 정신없는 삶의 연속이다. 퇴근 시간이 되기 전까지 일을 마치려면 더 빨리, 더 급하게 일해야 했다. 


[엄마, 언제 와?]


승우의 메시지가 왔다. 엄마의 마음은 더 조급해진다.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엄마는 허둥지둥 문밖으로 나선다. 회사 직원들끼리 회식을 하던, 영화를 보던, 카페를 가던, 단합 대회를 하던 엄마는 집으로 가야 한다. 


집에 도착한 엄마를 보자마자 승우는 왜 이렇게 늦었냐는 눈빛을 보낸다. 엄마를 목이 빠지게 기다렸나 보다. 엄마는 가방을 내려놓고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아이의 밥부터 챙긴다. 

"승우야, 밥 먹어라!"

엄마가 승우를 불렀다. 그러나 승우는 한 구석에 쭈그려 우울한 표정으로 앉아있을 뿐이었다. 엄마는 당황스러운 듯 물었다.

"승우야, 왜 그래?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어?"

"아니..."

"그럼 왜?"

"아니 그냥 아무것도 아니야."

승우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식탁에 앉는다. 그리고 밥 한 숟갈을 입에 넣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인다. 엄마는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묻는다. 

"왜.... 무슨 일이야? 엄마한테만 말해 봐."

승우는 고개를 푹 숙인다. 그리고 눈물을 주르륵 떨어뜨린다. 

"엄... 마...."

엄마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엄마는 승우를 껴안고 재차 물었다.

"괜찮아. 엄마한테만 말해 봐. 무슨 일이야?"

"우리 반 애가 나를 때려...."

"뭐? 때렸다고? 누가?"

"재중이가..."

"언제?"

"처음부터 쭉 그랬어."

순간 엄마는 심장이 벌렁거렸다. 남의 일처럼 생각했던 학교 폭력이 바로 이것인가 싶었다. 

"어디, 어딜 때렸는데?"

"여기..."

 머리가 핑 도는 것 같았다. 그동안 회사일에 치여 사느라 아이가 학교에서 당하고 사는 것도 알지 못했다. 그 죄책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내일 선생님에게 말씀드려 볼게. 괜찮아. 엄마가 꼭 재중이를 혼내 줄게."

엄마는 우선 울고 있는 아이부터 다독였다. 눈물이 핑 돌았다. 모든 게 엄마의 무관심 때문에 벌어진 일인 것 같아 심란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왜 아이의 어려움을 눈치채지 못했을까. 역시 직장을 그만두는 게 맞았을까.'

온갖 생각이 밀려들었다. 엄마는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2) 학교 폭력을 당한 우리 아이, 부모가 문제였을까?


  요즘엔 자녀의 문제는 모두 부모의 잘못인 거처럼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오랜 시간 교직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느낀 것은 아이들의 천성과 기질에 따라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우후죽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도덕교과서는 아이들에게 '모든 아이들과 두루두루 친하기 잘 지내라, 양보해라, 배려해라, 친구를 존중해라.'라고 말하지만 손바닥만 한 교실에서 20명 넘는 아이들이 부대끼고 지내는 이상 모든 아이들과 잘 지내는 건 무척 어렵다. 서로 비슷한 성향의 친구들끼리 뭉쳐놓지 않는 이상, 제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타인과 잘 지내는 건 어른들에게도 힘든 일이다. 그래서 학교폭력의 원인을 무조건 부모의 무관심으로 돌리는 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아닐까 싶다. 


  학교에서는 여러 가지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학교폭력을 피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분노조절을 잘 못하는 친구', '손버릇이 나쁜 친구', '욕을 하는 친구'를 가까이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한 교실에서 생활하는 이상 그런 친구들을 대면하지 않고 버티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어쨌든 학교에 가면 모둠활동과 짝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문제의 원인은 부모가 아닌 교실 환경에 있을 수도 있다. 각기 다른 아이들을 하나하나씩 돌볼 수 있도록 학급당 학생수를 줄인다면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학생이 있어도 선생님이 적극적으로 중재할 수 있다. 또한 학급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을 즉시 상담실로 보내 주의를 줄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모두에게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요즘에는 교사들도 아동학대 이슈로 인해 문제 학생을 강하기 지도할 수 없다. 화가 난 눈빛, 강한 어조까지 아동학대의 범위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어쩌면 부실한 학교 시스템 안에서 학생들이 각자도생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은 아닐까 싶어 무척 안타까운 심정이다. 






 3) 학교 폭력을 당하지 않는 강한 아이로 키우려면?


  이러한 열악한 학교 상황 속에서도 행복한 학교 생활을 즐기는 아이들이 있다. 그 아이들은 바로 내면이 단단한 아이들이다. 진짜 강한 아이들은 몸집이 크고 운동을 잘하는 아이가 아니라, 내면이 단단한 아이들이다. 키가 작아도, 몸이 약해도 자기주장을 뚜렷하게 말할 수 있는 아이는 절대 당하지 않는다. 

  내면이 강한 아이들은 불합리한 일을 당해도 참고 넘어가지 않는다. 그 자리에서 즉시 자기 의견을 말한다.

"뒤에서 밀지 않았으면 좋겠어. 네가 밀면 내 등이 아파. 나 정말 화났어."

"나를 놀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친구를 놀리는 건 비겁한 행동이야. 다른 사람의 약점을 잡아 놀리는 게 재미있니? 그만해줬으면 해."

  이렇게 자기주장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아이들은 학교 생활이 즐거울 수밖에 없다. 반면 말주변이 없고 자신감이 없는 아이는 아무 말하지 못하거나, 웃어넘기며 마음속에 차곡차곡 울분을 쌓아간다. 그리고 이것이 지속되면 학교 폭력의 시발점이 된다. 


  내면이 단단한 아이로 키우려면 좋고 싫음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연습을 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엄마가 아이의 눈치를 보며 다 맞춰주는 행동부터 멈춰야 한다. 그리고 아이에게 다음과 같이 말해줘야 한다. 

  "어떤 게 좋은지 확실히 말해야 해."

  "싫은 게 있으면 싫다고 정중하면서도 단호하게 말해야 해."

  "대충 얼버무리거나 웃어넘기지 말고 자신의 의견을 말해야 해."

  "네가 네 생각을 말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은 그걸 알 수가 없어. 꼭 표현해 주어야 해." 


  한편, 자기 생각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하는 학생들은 필연적으로 독서량을 늘려야 한다. 독서를 통해 어떻게 하면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는지 배우는 것이다. 그것은 대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문학작품을 읽는 것을 통해 길러질 수 있다. 

  어떤 학생은 타고나길 뛰어난 언변술을 갖추고 태어난 아이가 있는가 하면, 어떤 아이는 언어보다는 예체능이나 다른 분야로 타고난 학생이 있다. 만약 우리 아이가 언어 표현에 어려움이 있다면 꼭 여러 가지 문학 작품을 읽혀주길 바란다. 




 (이외에 내면이 단단한 아이로 키우는 방법에 대한 내용은 다음 글에서 자세히 이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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