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지 않아
서아가 태어난 이후로 집에 TV를 없앴다.
지내다 보니 크게 불편하지도 않았고, 금세 적응해서 이제는 TV 없는 삶도 익숙해졌다.
서아 역시 또래보다 영상을 접하는 시기도 자연스레 늦었고, 그 빈도 역시 적었는데, 요즘은 10여분 짜리 영상을 하루에 3편씩만 보는걸 규칙으로 정해놓고 본다.
나름 잘 지키면서, 어린이집 가기 전 오전에 3편을 몰아서 볼까, 적당히 오전과 저녁 타임을 나눠서 볼까를 가지고도 매일 엄청 고민을 한다.
"오전엔 따악 1번만 보고, 이따가 어린이집 다녀와서 2번 볼래요"
"지금 더 볼래요. 이따가 저녁에 안 보고, 내일 또 볼게요"
어느 날부턴가, 마치 틱 현상처럼 서아가 부쩍 눈을 깜박이는 게 잦아졌다.
특히 영상을 보고 있는 동안에는 계속해서 깜박깜박하는 게 보였다.
미디어를 끊어보라는 주변의 조언을 듣고, 서아한테는 노트북이 고장 났다는 거짓말을 했다.
"아빠, 일이삼사 영상 보고 싶어요"
(서아가 요즘 보는 영상이, 1/2/3/4 숫자들이 나오는 Number Blocks인데, 서아는 항상 일이삼사 영상이라고 부른다)
"서아야, 지금 노트북이 고장 나서 영상을 볼 수가 없어요. 어떡하지"
"그럼 고치러 가야 해요?"
"응, 그래서 오늘은 일이삼사 영상을 볼 수가 없어요. 아빠가 노트북 고치러 갈게요"
늘 기다리면서 보던 거라, 어느 정도 떼를 쓸거라 각오했었는데, 의외로 흔쾌히 수긍을 한다.
거기에 더해서 서아는 내 걱정까지 해준다.
"노트북 고치러 아빠 혼자 가요? 아빠 외롭겠다.
그래도 괜찮아. 저녁에 집에서 같이 만나면 돼지. 우린 가족이니까"
서아한테 거짓말한 게 너무 미안해지네.
아빠는 서아가 있어서 외롭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