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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bbin Chang Apr 01. 2022

엑설런트는 왜 한땀한땀 아이스크림을 포장했나?

Communication: 옴니채널(Omni-channel) 커뮤니케이션


현대 문명을 생각하다보면 가끔 이런 시대에 태어난 것이 너무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우리가 쓰는 컴퓨터나 스마트폰, 자동차 등 현대사회의 많은 것은 편안함을 가져다주는 문명의 이기이지요. 이러한 첨단 제품들을 사용하며 누리는 여유도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지만, 무엇보다 사람에게 직접적인 행복감을 안겨주는 것은 누가 뭐라 해도 음식입니다. 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컴퓨터를 가져다 주기도 하였지만, 달달한 디저트를 아무때나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는 행복도 선사하였지요. 특히 달달한 디저트의 대명사인 아이스크림은 디저트의 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이야 배스킨라빈스31 뿐만 아니라 하겐다즈나 나뚜루 등 고급 아이스크림들이 많이 있으니 말 그대로 골라먹는 재미가 충만하지만, 30년 전에는 아이스크림 하면 빙그레의 ‘투게더’가 전부였었습니다. 투게더 바닐라맛이냐, 투게더 호두맛이냐가 거의 유일한 선택인데도 겨우 두 개를 놓고서도 동생과 다투다가 결국 어머니께 혼만 나고 아무것도 못 먹게 됐던 추억도 남아있지요.


이렇게 간소하고 투박하던 시절, 어린이들의 두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든 아이스크림이 있습니다. 바로 ‘엑설런트’라고 하는 ‘초고급’ 아이스크림이지요. 은접시 위에 놓인 아이스크림 광고도 광고였지만, 금박지 같이 반짝반짝하고 예쁜 포장지로 하나하나 싼 아이스크림이라니, 소싸움이라도 하듯 동생과 머리를 부딪히며 숟가락으로 전쟁하며 먹던 투게더와는 말 그대로 차원이 다른 아이스크림이었습니다. 광고처럼 접시 위에 아이스크림을 쌓겠다고 한 통을 홀랑 다 까놓았다가 먹기도 전에 몽땅 녹아버려서, 비싼 아이스크림을 다 버리고 집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고 벌을 서기도 하였지요. 어린 마음에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던 고급 아이스크림이었기 때문일까요? 하겐다즈와 나뚜루가 점령한 고가 아이스크림 시장에서도 엑설런트는 30년이 넘게 살아남아 있습니다. 냉정히 말하자면 투게더를 잘라다가 개별포장만 한 아이스크림에 불과한 엑설런트가 아직까지 살아있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광고를 따라하려고 하나하나 아이스크림을 까려다가는 어머니에게 엉덩이를 두드려 맞기 딱 좋습니다.


모든 커뮤니케이션 기회를 남김없이 활용하라

우리가 보통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이야기 할 때 가장 쉽게 떠오르는 것은 광고입니다. 유명 연예인이나 고급스러운 분위기 등을 이용하여 메시지를 만들고, 이를 통하여 상품과 브랜드의 이미지를 창출하는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 채널이지요. 하지만 사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은 광고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고급 상품이라고 광고를 하더라도 포장지가 저렴해 보인다면 소비자는 그 상품을 고급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가격이 아무리 높다 한들,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 아무 물건이나 쌓아두고 판매하는 창고형 디스카운트 스토어라고 한다면 프리미엄 상품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겠지요. 즉,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란 단순히 광고뿐만이 아닌, 우리의 상품을 구매하는 프로세스에서 소비자가 경험하는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엑설런트가 30년 전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내놓을 수 있었던 근저에는 바로 이렇게 잘 디자인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힘이 숨어 있습니다. 고급 아이스크림이라는 메시지를 확실히 전달하는 광고는 기본이고, 다른 아이스크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화려하고 세련된 포장지, 하나하나 개별 포장되어 있는 특별함, 게다가 숟가락으로 퍼먹는 다른 아이스크림과는 다르게 포장을 벗기면서 먹어야 하는 새로운 경험까지, 모든 곳에서 소비자에게 ‘이 아이스크림은 특별하다’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한 것이지요. 소비자들은 손에 묻는 아이스크림이 번거로우면서도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는 색다른 경험에 흔쾌히 높은 가격을 지불한 것입니다. 심지어 이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고급 아이스크림 시장이 완전히 변해버린 지금에 와서도 유효합니다. 하겐다즈처럼 정말 맛있는 아이스크림까지는 아니더라도 약간의 프리미엄을 더한 가격으로 색다른 경험을 즐길 수 있는 훌륭한 상품으로 시장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렇게 상품과 그것을 둘러싼 경험이라는 커뮤니케이션이 모두 일관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은 엄청난 힘을 발휘합니다. 한마디의 광고 메시지 없이도 원하는 방향으로 소비자의 인식을 이끌어나갈 수 있을 정도이지요. 스타벅스 커피가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것에 의문을 품는 소비자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스타벅스는 창사 이래 단 한 번도 매체를 통한 유료 광고를 한 적이 없지요. 스타벅스의 프리미엄 이미지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신중하게 디자인된 소비자의 경험에서 탄생했습니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고려하여 선택적으로 고급 상권에만 위치시킨 점포부터, 여유로운 좌석 배치나 고급 에스프레소 머신을 전면에 장식한 인테리어도 모두 커뮤니케이션의 한 축입니다. 고객이 점포에 들어오는 순간 맡게 되는 강렬하고 기분 좋은 커피향은 스타벅스가 고객에게 선사하고자 하는 커피를 둘러싼 경험의 가장 큰 부분이지요. 이를 위해서 매장에서 사용하는 원두의 유통기한 단축을 감수하면서까지 커피향의 발산을 막는 진공포장 대신 일반 포장만을 고집했습니다. 커피 이외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 매출 감소를 무릅쓰고 창사 당시에는 일반적이었던 점심메뉴도 없애버렸지요. 음식에서 풍기는 냄새가 커피의 향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아예 근원을 제거해버린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자신의 입으로 한 번도 프리미엄이라고 말한 적이 없는 스타벅스는, 소비자의 경험만으로 세계의 커피 애호가들에게 프리미엄 커피 전문점이라는 인식을 강렬하게 새기고 있는 것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이렇듯 광고를 포함한 모든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 모든 채널에서 지속적으로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전략이며, 따라서 많은 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합니다. 닥터 그루트 샴푸 같은 약용샴푸의 패키지를 살펴보면 일반적인 샴푸와는 다르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샴푸 패키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향을 표현한 색이나 여성 혹은 남성용을 강조한 디자인과는 달리, 옛날 약병처럼 보이는 중후한 색깔에 누군지도 잘 모르겠는 외국인 아저씨의 흑백사진과 서명이 들어가 있지요. 잘 알지는 못해도 예전부터 내려오는 비전의 약이라도 사용한 것 같은 신뢰감이 느껴집니다. 이런 패키지의 언어가 상품의 코어 셀링 메시지(Core Selling Message)인 ‘탈모 방지 샴푸’와 결합하면 소비자에게 더욱 설득력 있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경험을 통한 간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잘 활용하면 말로 하기 껄끄러운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의도한 대로 전달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제는 누구나 좋아하는 네스프레소 커피이지만, 초창기에는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데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사실 개발을 해 놓고도 사업을 접을까 고민할 정도로 오랫동안 외면 당했던 상품이었지요. 무엇보다도 큰 장애물은 바로 네스프레소가 제공하는 커피의 종류가 얼마 되지 않을거라는 편견이었습니다. 네스프레소의 커피 종류는 실제로 커피를 즐기는데 어려움을 겪을만큼 적지는 않았는데 말이지요. 하지만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네스프레소의 커피 종류가 아주 많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미묘한 문제입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30 종류가 넘는 커피라도 무한에 가까운 커피 원두의 블렌딩을 들이대며 적다며 불평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네스프레소는 원색을 사용한 화려한 캡슐 패키지와 이를 전면에 디스플레이하는 방식을 통해 이런 논란을 현명하게 비껴갔습니다. 화려하기 그지없는 다양한 색상의 캡슐은 아무런 메시지 없이도 소비자들에게 ‘많은 종류의 커피가 있다’는 강렬한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지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 숫자를 들이대며 소비자와 기싸움을 하는 대신, 아름답고 우아한 방식으로 자신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자연스럽게 인식시킨 것입니다.


검은색 뿐인 커피의 세계에서 화장품 같은 화려한 색의 향연을 연출하는 것은 단순히 마케터의 취향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렇듯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히 광고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소비자와 우리 회사의 상품 혹은 서비스가 만나게 되는 접점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모든 교류가 바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인 것이지요. 이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한방향을 가리키기 위해서는 우리가 진정으로 소비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회사의 모든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이 명확하지 않거나, 구성원들이 서로 다른 이해를 갖고 있다면 광고에서 들은 이야기와 소비자가 실제로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며 겪게 되는 경험이 서로 다른 이야기가 되어버리지요.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의 상품도 거짓말쟁이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약속한 것을 그대로 소비자가 경험하게 하는 것이 바로 마케팅의 기본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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