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또 다른 가족이 생겼다
2013년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토끼 '랄라'를 처음 만났습니다. 2019년 1월 토끼별로 여행을 떠난 랄라는 제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놨습니다. 토끼 기사를 쓰는 기자가 되었고,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가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랄라가 떠나기 몇 달 전 저희 집에 새로운 가족이 생겼습니다. 사람들에게 버려져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랐던 작은 아기 토끼였습니다. 이름은 햇살. 남은 인생에 햇살만 내리쬐는 삶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에 붙여 준 이름입니다. 랄라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존재는 물론 아닙니다. 랄라의 동생, 소중한 우리 집 가족이 되어 햇살이는 토끼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제 햇살이 얘기를 시작해보려 합니다.
어느 날처럼 '토끼랑 산다' 연재를 앞두고 어떤 기사를 써야 할지 고민했던 때였다. 토끼랑 산다는 회사에 와서 처음으로 내 이름을 걸고 쓴 연재물이다. 내가 키우고 있던 토끼 랄라를 다룬 이른바 '육아일기'라고 부르는 편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랄라의 삶에 빗대어 국내에서 토끼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내 나름대로 공부하고 살피며 썼던 글이었다.
토끼에 대해 한참 고민하고 있을 때 '몽마르뜨 공원'이라는 곳을 알게 됐다. 서울 서초구 한 공원에 가면 그렇게 토끼가 많다던 포털 사이트 글에서 시작된 호기심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토끼들이 많이 살고 있는 동화 속에 나오는 공간일 것이라고 여겼다. 푸르른 잔디밭에서 토끼들이 뛰어놀고, 아이들도 웃고 있는 그런 장면을 상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토끼들은 모두 버려졌다. 몽마르뜨 공원에. 사람들이 버린 토끼들은 낯선 이 공원에서 살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또 이 곳에서 아기 토끼들이 태어났다. 햇살이는 그 아기 토끼들 중 한 마리였다. 가만히 서 있어도 더운 날. 나는 몽마르뜨 공원에 올랐다. 몽마르뜨 공원 구석을 살펴보니 더위에 지친 토끼들이 가뿐 숨을 몰아쉬며 다리를 쭉 펴고 누워있었다. 한쪽에는 아기 토끼들이 담긴 케이지를 치우고 있는 한 중년의 여성이 보였다.
공원에서 일한다는 이 여성은 최근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잃고 우연히 아기 토끼들을 보살피게 되었다고 한다. 누군가 다른 동물들에게 공격받을지도 모르겠다며 아기 토끼들을 전부 케이지에 가둬버렸다. 이 여성은 매일 이 안을 청소하고 먹이를 줬다.
햇살이는 그곳에서 어쩌면 가장 씩씩했던 아기 토끼였다. 다른 토끼들은 옹기종기 모여 서로의 체온을 느끼고 있었는데, 이 녀석만 유독 혼자 누워있었다. 누가 만지던 말던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 나는 몽마르뜨 공원에 대한 기사를 썼다. 그리고 토끼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몽마르뜨 공원에 버려지는 토끼들을 막기 위해 밤낮없이 뛰어다녔다. 40마리가 훌쩍 넘는 아기 토끼들도 전부 입양되거나 임시보호를 이유로 공원을 떠났다.
랄라 이외에 다른 토끼를 데려 올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지만, 기사를 썼다는 책임감 때문에 임시 보호를 결심했다. 알고는 있었다. 말이 임시 보호지 또 금방 정이 들어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나는 케이지 안에 있던 토끼 중 사람들이 가장 데려가지 않을 것 같은 토끼를 나에게 달라고 했다. 얼룩덜룩 무늬에 큰 발을 가지고 있던 햇살이가 그렇게 내 품에 왔다.
사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햇살이는 내가 부랴부랴 마련한 1000원짜리 플라스틱 바구니와 장바구니에 담겨 우리 집으로 왔다. 집에 와서도 당당히 랄라의 집을 차지하더니 또 털썩 누워버렸다. 햇살이는 그렇게 원래 있었던 것처럼 스며들듯 우리집 막내가 됐다.
햇살이 신상정보
이름: 햇살 (성은 '이')
나이: 2살
생년월일: 2018년 9월쯤? 정확한 날짜는 알 수 없다. 다른 토끼들보다 큰 몸집을 가지고 있었다. 9월 초쯤 태어난 것이 아닌지 추측 중.
축하받는 날: 매년 10월 1일. 우리 집 정식 가족이 된 날이다.
몸무게: 2kg
특징: 풀을 좋아한다. 아무데서나 잘 잔다.
특기: 왕발로 빙키
좋아하는 음식: 다 잘 먹지만 '사과'를 제일 좋아한다.
싫어하는 음식: 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