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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랄라 Apr 27. 2020

토끼에게 '콱' 물려버린 날

누가 토끼보고 순하다고 했는가



직장에서 회사 선배와 '토끼띠'에 대한 얘기를 했습니다. "너도 알지? 토끼띠라고 순한 거 아니야! 토끼들이 성격이 더 더러워." 옆에서 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선배는 저에게 "토끼 키워서 공감하지?"라고 다시 동의를 구합니다. 저는 또 격하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동화 속 미디어 속 비치는 토끼의 모습은 실제 토끼의 모습과는 조금 다를 때가 있습니다. 한 없이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토끼는 주관이 뚜렷한 반려동물입니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주인에게 이른바 '파바박' 기술을 쓰면서까지 얻어내고 맙니다. '파바박' 기술을 작은 두 발로 주인의 몸을 세차게 긁는 것을 말합니다.


랄라와 햇살이는 조금 성격이 다른 편입니다. 랄라는 원하는 것이 있으면 자신이 찾아내는 편이었습니다. 반대로 햇살이는 원하는 것이 있으면 저에게 바짝 다가옵니다. 요즘은 귀여운 코를 제 몸 쪽에 가져다 댑니다. 그리곤 코로 툭툭 저를 밀어냅니다. 이 모든 신호는 보통 한 가지로 통합니다. "밥 줘. 인간아."



얼마 전 새벽에 저를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야행성 동물인 토끼는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잠을 자고 보통 자정쯤 컨디션이 최고조로 올라갑니다. 햇살이도 마찬가지입니다. 햇살이는 자정쯤 제 침대 위로 올라와서 저를 괴롭히곤 합니다. 그날은 무엇을 잘못 봤는지 자신에게 손을 뻗은 저를 향해 두 앞니 공격을 하고 말았습니다. 저는 눈썹을 '콱' 물리고 말았습니다. 어찌나 세게 물었는지, 피가 나고 며칠 동안 눈 주변이 퉁퉁 부어있었습니다.


토끼는 시력이 좋지 않은 편인데, 아마 저를 알아보지 못하고 적이라고 생각했나 봅니다. 


토끼는 앞니 공격도 하곤 하지만, 가장 많이 보여주는 비교적 과격한 행동은 뒷발차기입니다. 원하는 것이 있거나 불만이 있으면 뒷발로 바닥을 쿵쿵 치는데 그 소리가 참 큽니다. 층간소음을 걱정해야 할 정도니깐요. 햇살이는 토춘기(토끼+사춘기)를 겪고 있는지 요즘 부쩍 뒷발 치기를 자주 합니다.


이 뒷발 치기를 멈추는 방법은 역시 '사료'입니다. 사료는 건강을 생각해서 정해진 양만 주고 있는데, 이럴 때마다 그 양을 조금 초과해서 주고 맙니다. 정말 원하는 것은 얻고 마는 토끼네요.



토끼를 키우는 것이 이렇게 싶지 않습니다. 가끔은 미디어 속 만들어 낸 토끼 이미지 때문에 속상할 때가 많습니다. 저는 몽마르뜨 공원으로 봉사를 가는데, 수많은 아이들이 토끼를 향해 당근을 던집니다. 토끼는 '당.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에게 별로 안 좋아하니 토끼를 향해 던지지 말라고 해도 제 말을 무시당하기 일쑤죠. 덕분에 많은 봉사자들이 시들어버린 당근을 줍느라 고생합니다.


토끼는 당근보다는 민들레나 쑥갓 같은 생초를 더 좋아합니다. 당근은 줘도 안 먹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그리고 위험을 느낄 때 도망가는 것만큼 공격도 많이 합니다. 그러니 토끼를 만만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마지막은 귀여운 우리 햇살이의 공포 사진으로 마무리합니다.


"사료 안 주면 물어버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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