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토끼는 목욕을 안 하나요?"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토끼는 목욕을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이상 하지 않습니다. 특수한 경우라고 하면 목에서 지독한 냄새가 난다거나, 당장 목욕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을 말합니다.
토끼는 몸에서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 동물입니다. 그루밍이라는 것을 하는데요. 혀와 발로 몸을 스스로 다듬는 행동을 말합니다. 샤워기를 뿌려대는 목욕을 했다 저체온증 등으로 죽음에 이르는 토끼들도 있답니다.
얼마 전부터 많은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폭우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터전은 물론 생명도 잃는 일이 생기고 있습니다. 여기서 토끼의 목숨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밖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토끼들도 이 장마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햇살이는 어떨까요? 집에서 살고 있는 햇살이도 떨어지는 거센 빗소리에 예민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답니다. 여기저기 숨기 바빠요. 청각이 예민한 토끼에게 어쩌면 당연한 공포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침대 밑에서 시간 보내기를 좋아하던 햇살이는 요즘 새로운 아지트를 마련했답니다. 쌓아놓은 이삿짐 박스와 자신의 집 사이에 말이죠. 딱 자기 몸 정도만 들어갈 수 있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다리를 쭉 펴고 있는 모습에서 얼마나 안정감을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있답니다.
또 다른 변화가 있다면, 비가 올 때마다 불안한지 귀를 자주 흔들어요. 토끼의 귀는 여러 가지 신호를 보낸답니다. 귀를 떨면 보통 덥다는 것인데, 불안감을 느낄 때도 귀를 흔듭니다. 햇살이의 흔들리는 귀를 보고 있으면 저도 안전부절 못하게 된답니다.
장마가 햇살이를 불안하게 하는 이유는 비뿐이 아니랍니다. 벌레들도 자주 출몰하고 있어요. 아마도 습한 날씨 때문이겠죠. 어제는 늦은 밤에 발이 많이 달린 벌레를 발견했답니다. 혹시라도 햇살이를 공격할까 봐, 얼른 햇살이를 자신의 집에 넣었어요. 그리고는 벌레를 잡으러 다녔죠. 결국 벌레를 잡지 못해 큰 좌절에 빠졌답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큰 벌레를 햇살이가 이기고도 남았을 것 같아서 허탈한 웃음을 지었답니다. 장마는 여러모로 사람도 토끼도 힘들게 하네요. 이번 장마는 역대 최장 수준이라고 합니다. 종전 최장 기록은 2013년 6월 17일부터 8월 4일까지 이어졌던 49일간의 장마인데요. 지금은 무려 52일을 넘겼습니다. 역대급 장마가 어서 빨리 끝났으면 좋겠네요. 정말 길어도 너무 깁~~ 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