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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이 되겠습니다

by 글쓰기 하는 토끼

“엄마, 전교 회장 선거 한 대요”

학교에 다녀온 아들은 사뭇 흥분한 모습으로 집에 들어오자마자 나에게 진지하게 말했다.

“응, 그렇더라. 알리미에서 봤어. 그런데 너 나가게?”

“네. 나가고 싶어요. 그래서 신청서 가지고 왔어요”

“어, 그래?

나는 그런 아들을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나가지 말라고 할까? 그러면 마음 상하려나. 아니면 떨어질지도 모르는데 하지 말라고 할까? 그것도 아니면 떨어지면 너 괜찮겠어? 라고 말해볼까?’

나는 그 몇 분 안 되는 순간에 여러 가지 생각이 만감을 교차했다. 하지만 결국 내 입에서 나온 말은 ”응, 열심히 해봐“였다.


아이는 짐짓 설레는 맘으로 신청서를 작성하고 내 사인을 받아 갔다. 나는 걱정이 먼저 앞섰다. 그리고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지 막막했다.

학창 시절 나는 남 앞에 서는 것을 무척 부끄러워했고 두려워했다. 그래서 임원선거는 나가지도 관심도 가지지도 않았다. 더 중요했던 건 그 결과였다. 떨어질 것을 미리 걱정해 아예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았다. 누군들 마음속 깊이 속 마음은 반장을 하고 싶지 않았을까. 하지만 용기도 도전정신도 두려움을 극복할 그 무엇도 나는 가지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 초등학교 5학년 된 아들 녀석이 내가 해내지 못한 그 일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겼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어찌 됐든 아들은 전교 회장 선거에 나갔다. 그리고 단 세 표 차이로 회장은 되지 못했다.

떨어졌다는 말을 전해 들은 나는 정말 마음이 많이 안 좋았다. 꼭 내 일 같았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은 풀이 푹 죽어 있었다. 나는 아들을 꼭 안아 주었다. 잘했다고 수고 많았다고 너의 그 도전은 정말 칭찬할 만하다고 말해 주었다. 하지만 아들은 싱긋 웃으며 오히려 나를 위로해 주었다.

”엄마, 저 괜찮아요. 아무렇지도 않아요. 이번에 안돼도 중학교 때 하면 되고 중학교 때도 안되면 고등학교에 가서 또 하면 돼요. 기회는 얼마든지 있어요“하는 것이다.


그 말에 나는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했다. 그깟 떨어진 게 뭐 대수라고. 나는 도전하는 그 과정보다 결과에 집착했던 것이다. 그래서 학창 시절 단 한 번도 도전하지 못했고 아직도 두려워하고 있었다.

중학생이 된 아들은 지금도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런 아들을 바라보는 내 심장은 아직도 두 근 반 세 근 반이지만 나에게도 무엇을 할 용기를 심어 주었다. 또한 그런 과정들을 이겨내야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기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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