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솔 Jan 18. 2016

나는 왜 디지털 노마드가 되었나

디지털 노마드 시작하기 첫번째 이야기

발리 우붓에 위치한 코워킹 스페이스 'HUBUD' 빠른 인터넷과 다양한 행사들이 열린다.


이제 발리에서 2달째 일하고 있는 디지털  노마드입니다.


요즘 디지털 노마드에 대한 이야기를 온, 오프라인에서 많이 접할 수 있는데요, 좋은 이야기도 많고 부정적인 이야기도 많지만 정직하게 제 경험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왜 이런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이런 생활의 실제 삶은 어떤지, 즐겁고 아름답기만 한지.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젠 일상이 된 노마드 생활을  포스팅해보려고 합니다.


발리에 처음 갔을때 첫 식사를 하고 찍었던 몽키포레스트길의 어느 골목. 나무와 각종꽃들이 많아 아름답다 :)
우붓 시내의 저녁거리. 관광객이 많아 분주하다.
저는 UI 디자이너입니다.

어느덧 9년 차가 되었네요. 9년 중 7년을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보냈고 쉴 새 없이 일하다 보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흐른 것 같아요. 20대는 자유, 돈, 여행만이 관심사였어요. 욕심이 많은 탓에 무리하게 20대 중반을 일과 함께 불태워서 '몸이 자유로운 프리랜서 생활, 높은 수익, 여행' 모두 가지게 되었지만 욕심은 끝이 없었죠. 현재 상황에서 시간을 쏟으며 얻을 수 있는 수익의 한계를 느끼고,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해외로 눈을 돌렸습니다. 결국 "호주에서 디자이너로 직장을  구해보자."라는 목표가 가장 이상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러던 중, 우연히 한 스타트업에서 Co-founder로 함께하자는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스타트업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된 기회였고 '내 인생에서의 가장 큰 첫 번째 결정'에 대한 고민이기도 했어요. 많은 고민을 했지만 스타트업에서 내가 생각했던 해외에서의 취업이나 프리랜서 이상의 더 큰 꿈을 실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합류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오토바이를 렌탈해 찾아간 맛집. 튼실한 생선구이와 미고랭, 칼라마리 이모든게 토탈 1만원대라니!!
발리에서는 어느 카페든 들어가 1-2천원 대에 망고주스, 바나나주스, 수박주스, 파파야주스 등 다양한 생과일 주스를 즐길 수 있다. 오른쪽은 발리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빈탕 맥주!
나시고랭과 닭꼬치 (아얌사테라고 부름) 주식으로 먹어도 맛있다~


스타트업 성공? 기대 그리고 현실

빠른 성공, 부, 멋진 삶을 기대했기 때문이었을까요? 2년 동안 겪은 현실은 생각과 같이 녹록지 않았어요. 나보다 훨씬 똑똑한 사람들이 치열하게 노력하는 와중에도 작은 확률로 성공하는 게 스타트업인데, 성공으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훨씬 험난했습니다. 무엇보다 생각했던 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 생기는 조바심과 시간이 지날수록 한걸음도 내딛지 못한 현실에 미래에 대한 확신이 점점 사라져 갔어요.


결국 패닉 상태가 찾아왔고 그 상태로 몇 개월이 의미 없이 흐르고 있었어요.


2년 동안 개인의 시간도 없이, 즐거움도 사치라 생각이 들었고 전력을 다해 시간과 열정을 쏟았지만 이제는 당장 엄청난 부가 생긴다 하여도, 당장 큰 성공을 거둔다 하여도, 모든 걸 털어버리고 내가 가고 싶은 여행지로 간다는 상상을 해도 전~혀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우울증이 이런 걸까 싶었죠.


불투명한 성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희생하는 것이 정말 내가 바라는 삶인가..?


많은 고민을 했지만 결국 2015 1년 1월 새해가 밝자마자 2년 만에 회사에서 나오기로 했습니다. 결과만 보면 2년 동안 하던 일도 모두 관두었기에 모아둔 돈이 바닥나도록 쓰고 한 푼도 모으지 못했고, 출시된 제품도 없었지만 ‘실패’라는 좋은 경험을 안고 나왔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내가 무엇이 부족했고 무엇 때문에 번아웃이 되었는지, 나는 어떤 환경에서 어떤 방식으로 일해야 500%, 1000%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이제는 충분히 알 수 있어요.


발리의 종교행사
짱구 비치에서 멋진 바다를 바라보며 각양각색의 과일주스를!


그래서 내가 진짜로 원하는 삶은..?


스타트업을 그만두고 더 진지하게 ‘내가 정말 원하는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됐어요. 열정을 회복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찾기 위해 두어 달 생각에 빠져 지내던 와중 '디지털 노마드'에 대한 글을 접하게 되었는데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내용이었습니다. 더 깊게 디지털 노마드 생활에 대해 글을 찾다 보니 발리에 디지털 노마드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어느 것에도 의욕이 없었던 제 눈을 반짝이기 시작했습니다.


2년 동안 수입이 없이 지내던 상황이라 다시 일을 시작했어야 했는데, 다행히 전처럼 재택 프리랜서로 일할 수 있었기 때문에 굳이 한국에 있지 않아도 문제 될 것이 없었어요. 무엇보다 아직 복잡한 머릿속과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기에 바로 비행기표를 끊어 2015년 1월 발리로 무작정 떠나게 되었습니다.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1달동안 함께한 발리 현지 집. 채광이 좋고 아늑하다.


주말마다 바이크를 타고 무작정 떠났던 다른 지역 여행중 잘 알려지지 않은 해변을 발견했다.


우붓 깊은 산속에 있는 숙소에서 바라본 맞은편 산봉오리


새로운 세계, 인생의 프레임을 바꾸다


발리는 자연이 너무도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 이었어요. 며칠은 낯선 환경에 돌발적이거나 생각과 다른 순간들도 많이 겼었어요. 인터넷이 매우 느려 속이 터질뻔했고, 무서워하는 벌레들도 온갖 종류별로 다 있어 걸어 다닐 때는 눈이 바빴어요. 하도 주변을 살피느라. (벌레가 나를 무서워했겠지만) 골목이 많아 그런지 구글맵도 원하는 위치를 잘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고. 하지만 그런 일들은 이내 적응하고 받아들여졌죠.


익숙하던 환경과 동떨어져 지내니 오히려 무언가에 의존하지 않고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방해 요소가 없다 보니 일에도 더 집중해 빨리 끝낼 수 있었습니다. HUBUD라는 발리, 우붓에 위치한 코워킹 스페이스에서는 다양한 국가에서 온 프리랜서, 스타트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 등이 각자 자기 일을 하고 있는 것을 보니 이런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생각했던 것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 달뿐인 생활이었지만 새로운 세상을 처음 경험하기에 충분한 기간이었어요. 단순히 여행이 아닌 ‘일’을 ‘내가 원하는 환경에서 하는 것!’ 이것이야 말로 내가 진짜 원하던 삶의 형태에 가깝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몰랐던 다양한 삶의 방식을 엿본 첫 발리 생활은  나에게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신세계가 열린 기분이랄까. 다시 생기를 되찾았고 무엇이든 하고 싶은 의욕이 생겼습니다.


우붓에 위치한 후버드(HUBUD)
HUBUD에서는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디지털 노마드로 살기 위해 난  무슨 일을 선택해야 할까..?


내가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유지하려면 프리랜서 외주 디자이너 일을 이어가는 게 충분할까? 물론 페이를 받고 원격으로 일을 해주고 이러한 라이프 방식을 가지고 지내는 것에 문제가 전혀 없겠지만 이건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삶은 아니었죠.


클라이언트의 스케줄에 맞추어야만 하는 그런 구조를 벗어날 수는 없을까? 자체적으로 수입이 생기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고, 스타트업이라는 네 글자를 벗어나서 단순히 '온라인으로만 할 수 있는, 수입을 내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꾸준하게 수입을 내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어요. 한국으로 돌아와 여러 가지 방법을 고안해 냈는데 온라인 쇼핑몰, 에어비앤비, 가죽공예, 디자인 리소스 판매 등. 썩 내키지는 않지만 대안중 최선이라고 생각한 것들이었죠.


내가 잘하는 걸 하고 싶은데..


사진보다 실물이 백배는 아름다운 노을.
비치 근처에는 꼬치구이 및 여러가지 맛있는 비비큐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노마드 라이프의 시작

마침내 한 개발자와 팀을 이루어 머리를 맞대어 기획한 함께 앱을 개발하게 되었고, 생에 처음 참여한 '나의 제품’이 스토어에 출시되어 설레기도 했고 감회가 새로웠어요!  


사람들이 좋아할까? 정말 수익이 날까? 안 나면 어쩌지?  별의별 생각에 위축되었지만 제품이 한두 개씩 팔리기 시작하는 게 신기해 좋아했었죠.


월 매출이 70만 나온다면 정말  좋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첫 달 70만 원 이상, 6달이 지난 지금은 10배 이상의 수익이 나고 있으며 계속 성장 중입니다.


마케팅 없이 재방문율과 새로 유입되는 유저도 늘고 있어 꽤 성공적인  첫  프로젝트였고, 이는 나에게 자신감과  그다음 스텝을 위한 용기를 주었습니다.


첫 번째 앱을 만들며 에어비앤비 호스트도 시작했는데, 무모하게 시작했지만 이는 1년 동안 내 삶에 금전적인 큰 보탬이 되었는데 기회가 된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도 포스팅을 다루어볼까 합니다. 앱 개발뿐 아니라 외주 작업도 틈틈이 함께 하며 2015년 한 해를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해 바쁘지만 뿌듯한 한해를 마무리했어요 :)  


제품에서 수익이 나고 자신감이 생기자 노마드로 꿈꾸던 삶을 본격적으로 계획을 시작했죠. 발리를 떠날 무렵 1년 안에 다시 발리로 돌아오는 것이 (나름 간절한) 목표였는데 2015년 11월 다시 이곳 발리로 돌아와 글을 쓰고 있네요! 이곳에 와서 그간 준비했던 두 번째 프로젝트를 무사히 런칭하고 이 곳에서의 삶과 일이 공존하는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본격적으로 체감하고 있답니다.


이런 삶이 나와 찰떡궁합이라는 것을 깊이 실감하고 있는데 제가 디지털 노마드로 지내며 피부로 와 닿는 가장 좋았던 점 몇 가지는,


1. 피곤한 스팸전화에서 탈출, 주변의 간섭과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어요. (이 부분이 매우 큼)

2. 여유롭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에서 지내기 때문에 가끔 울컥 스트레스가 올라와도 눈만 돌리면 멋진 풍경이 있어 마음을 가라앉히는 게 정말 금방이에요.

3. 나에게 익숙한 환경에 벗어나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나라의 문화를 경험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생각과 고정관념들이 사라지고 사고를 넓히게 됩니다. 특히 편견으로부터 많이 벗어나게 되죠. 정말 다양한 사람이 있고 나보다 더 극적인 삶을 사는 사람도 아주 많기 때문일까요.

4. 저녁이 있는  삶. 나의 리듬에 맞게 활동시간을 조절해 생활하고, 여가도 충분히 즐겨요. 안 하던 운동도 하게 되고 건강을 챙기고 있습니다 :)



2015년의 시작은 고민과 낙담이었지만 1년 뒤인 지금, 작년 내가 있던 그곳 발리에서 나의 디지털 노마드로서의 생활을 브런치에 이야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저의 인스타그램에서 더 많은 사진을 보실 수 있어요 :)

https://www.instagram.com/iam.sol



매거진의 이전글 발리에서 한 달 지내는데 얼마 드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