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연락을 끊고 혼자 틀어박혀 지냈다.
먹지도 웃지도 않고 잠만 자다가 자주 울었다. 또 자주 화가 났고 가끔 화를 조절하지 못하기도 했다.
늘 그렇듯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 소중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소중한 관계들부터 깨져나갔다.
모든 것이 엉망이었다. 그중 ‘나’. 내가 제일 엉망이었다.
‘잘 지냈었잖아’ ‘이런 애 아니었잖아’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들이 오히려 나를 더 괴롭게 했다.
억지로라도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멀어지고, 핸드폰의 알림이 줄어들었다.
SNS에서 멀어지고. 책을 읽었다.
나와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의 글이나 영상도 보았다.
강아지와 산책을 자주 다니고, 가족들과 밥을 먹고 강가를 따라 자주 걸었다.
타인으로 가득 찼던 일상에 나를 넣기 시작했다.
거짓말처럼 좋아지는 일은 없었지만
극단적인 생각과 자기혐오로부터는 조금씩 멀어져갔다.
날카로운 것들은 서랍에 넣어두고, 작은 인형들도 몇개 놓아두었다.
자주 걷고 많이 생각했다.
그렇게 돌아보니 나는 꽤 오래 이런 우울을 안고 있었다.
내가 내가 되지 않으려 하다 보니 나는 나를 감당하지 못하게 된 것 아닐까.
나는 나를 알아가고 이해해 보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는 우울하다. 나는 우울함을 가지고 있다.
나는 내 우울함을 글로 쓰기 시작했다.
도망치고 피하려던 나의 치부를 다른 이들은 ‘감성’이라고 받아들여주기 시작했다.
남들보다 조금 더 깊은 나의 우울은 ‘감성’이라는 이름으로 오히려 공감을 받았다.
그렇게 주위를 보니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런 우울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누군가는 그것을 구석에 밀어두고 가끔씩 꺼내볼 수 있고
누군가는 그 무게에 짓눌려 견디기 힘들어할뿐.
우울한 것이 잘못은 아니다.
아니 우울한 내가 잘못 된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는 조금씩 우울하다.
그것을 받아들이기까지 너무 오래걸리고 많이 힘들었지만 막상 나의 우울함을 들여다 보고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나니 오히려 모든 것이 선명해졌다.
나는 지금도 소수의 사람들을 만나고, 자주 혼자있고, 많이 걷고, 깊게 생각하고, 가끔 많이 울고
이따금씩 우울하지만 괜찮다.
사람들은 모두 우울하고. 내 우울이 남들보다 조금 더 깊을뿐이니까. 그냥 그것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