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탈이 났다’
공부 얘기나 운동, 미술, 음악 하다못해 키 얘기였어도 좋을 텐데
아쉽게도 나는 늘 밥 먹기 1등이었다.
어릴 때부터 집에서도 밥 먹는 속도가 군대 3년 다녀오신 아버지만큼이나 빨랐던 나는
학교에 들어가서도 반에서 늘 1등으로 밥을 먹고는 했는데 안타까운 것은 늘 많이 빨리 먹었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도 간간이 체를 하여 엄마가 손가락을 따주고는 했던 어른은
나이가 들수록 밥 먹는 속도를 위장이 따라가지 못해
급성, 만성 위염에 집에는 늘 매실과 체했을 때 사용하는 전용 바늘 기계가 준비되어있다.
밥을 너무 빨리 먹어 아버지는 곧 잘 군인이 되라고 말씀하셨는데
준비하면서 보니 밥만 빨리 먹는다고 되는 직업이 아니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천천히 먹어야지
하는 마음가짐으로 늘 음식 앞에 앉지만
돌아서면 어느새 우적우적 먹고 명치끝이 무겁게 맺힌다.
어른이 된 후 밥을 빨리 먹어 좋은 점이라고는
점심시간에 얼른 밥을 먹고 내 볼일을 보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도비로서 최적화되었다고나 할까...? 그 외에 딱히 좋은 점이라...
바쁜 시간 식당 사장님들은 좋아할 수도 있겠다.
이렇게 장점이라고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기도 힘든데
뭐 그리 좋은 일이라고 자랑을 하나 싶겠지만
사실 이것은 식탐 많은 한 여성이 밥까지 빨리 먹어
늘 속이 불편하고 더부룩함을 안고 산다는 푸념이다.
대단한 장기나 장점을 자랑할 것으로 기대하고 이 글을 읽기 시작하였다면
미안하지만 그래도 시작한 김에 끝까지 읽어주기를...!
밥을 빨리 먹는 것의 단점은 밥만 빨리 먹는 것이 아니다.(반전!)
인생에 있어서도 늘 허겁지겁 탈이 난다.
일에 있어서도 사람에 있어서도 앞뒤 재보거나 간을 보지 않고
천천히 기다려 보지 않고 늘 바쁘게 들이켜다가 결국엔 또 아차! 탈이 난다는 이야기다.
올해는. 이번에는. 그래서 제발 밥을 천천히 먹는 사람이 되고 싶다.
뜨거우면 한 숨 식기를 기다렸다가.
매우면 중간중간 물 한 모금씩도 마셨다가.
차가우면, 질기면 더 조심히 천천히 꼭 꼭 씹어 삼키는.
오늘부터는 아니 내일부터는 제발 성급하게 달려들어 순식간에 집어삼키지 않는
천천히 부지런히 꾸준히 요령 있게 밥을 천천히 먹는 어른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