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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 Sep 01. 2020

13. 잘못된 유산

#마스크쓴 사회를 추억해야할 아이들



 요즘 아이들에게 미안함을 느낀다
 

적어도 내가 어릴 때는 미세먼지도 황사도 걱정 없이 

여름이면 곤충 채집한다고 작은 통과 잠자리채를 들고 뛰어다니고 

가을이면 가족들이랑 야외로 놀러 다니며 떨어진 낙엽이랑 은행잎을 주워 책 사이에 끼워두고

코팅해서 책갈피도 만들었는데... 마스크도 없이...

 

지금의 아이들은 자신이 기억하는 어린 시절 속에 

황사,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독감, 메르스, 코로나까지... 


온갖 질병 속에 갑갑한 마스크를 쓰고 하루 종일 생활하며 

야외 활동은 물론 입학, 졸업의 들뜬 기분과 새 학기의 설렘도 누려보지 못하고

또 마스크를 쓴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기억하고, 추억하며 살아가야 하다니 

나 혼자 좋은 시절을 간직한 채 이런 사회를 물려준 것 같아 미안하다.


아마 지금의 아이들은 앞으로 자라는 내내 집에서 온라인 강의를 듣고

집 앞 놀이터에 출입금지 테이프가 둘둘 둘러져있고

부모님 손잡고 마트도 가지 못하고

온종일 마스크를 쓰고 손을 씻고, 소독제를 가지고 다니던 것을 


라떼는 말이야

로 곱씹겠지...


어쩌면 앞으로 아이들은 가족그리기에도 마스크를 쓴 가족들을 그리고, 유치원•초등학교 교실에는 마스크와 장갑, 안경을 쓴 사람들을 그린 그림들이 벽면을 채울지도 모르겠다.


그저 나의 작은 바램은 아이들에게 어떤 거창한 유산이나 기술의 발전보다 

파란 하늘과 모래먼지 없는 공기

학교 끝나고 친구들과 떡볶이를 사 먹으며 집에 가는 

별 것 아닌 것 같은 소소한 일상을 돌려줄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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