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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 Oct 26. 2022

17. 첫째의 모든 이익

내것도 네것도 내것도 아닌

사람들은 흔히들 첫째의 이익에 대해 말하고는 한다.


첫 번째로 태어났기 때문에 가지는 이익


교복도 가방도 책도 무엇이든 첫째는 첫 번째로 가진다.

그리고 그것을 대단한 특혜인 양 이야기하며 첫째로서 그런 이득을 누렸으니 형제들의 눈물 젖은 호소도 조금은 치기 어린 반항도 다 이해해야 하는 것처럼 만든다.


그런데 사실 첫째는 조금은 억울하다.


물론 흔히들 말하는 그런 이익을 받는 것은 맞다.

나이 차이가 크지 않은 형제를 둔 집안이라면 동생들에게 물려줄 것을 생각해 웬만하면 첫째에게는 새것을 사주니까.

그런데 그것을 받는 마음이 늘 신나고 편치만은 않다.

동생들이 자신이 물려받았을 때  "이건 첫째가 쓰던 거잖아. 나도 내 거 가지고 싶다고." 라며 소리치듯이 첫째도 마찬가지의 마음이다.


첫째는 부모님이 새로운 무엇인가를 주는 순간부터 그것이 별로 내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결국 이것도 내 형제와 같이 써야 하는 것, 누군가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 양보해야 할 것으로 생각해야 하니까.


동생들과 마찬가지다.


교과서에도 문제집에도 이름 한 번 제대로 크게 쓰지 못하고, 마음대로 낙서조차 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는 때를 제외하면 다른 노트에 문제를 풀고 최대한 깨끗하게 물려주려고 애를 쓴다.

교복의 단조차 마음대로 줄일 수 없다.

동생들이 "저건 첫째 거잖아."라고 하는 것과 다르게 대부분의 것은 온전히 첫째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생활방식도 마찬가지다.


"네가 첫째니까 네가 잘해놔야 해, 네가 길을 잘 닦아놔야지."


행동 하나를 해도 늘 다른 형제들을 생각해야 한다.

내가 하는 것이 다른 형제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인생의 어느 부분에 있어서 늘 양보와 책임을 질 준비도 해야 한다.


그래서 사실 좀 억울하다.


다들 생각하는 "첫째니까 더 많이 받고 자랐잖아." 생각과 다르게 첫째 역시 온전히 자신의 것을 가지지 못한 채 자랐다.


특히 이전에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너는 첫째니까 부모님의 사랑을 더 받고 자랐잖아. 그러니까 동생한테 좀 양보해야지."

얼마 더 먼저 태어난만큼 총 살았던 인생으로 기간을 계산한다면 동생보다 먼저 사랑을 받은건 맞을 것이다.

억지라고 할 수도 있지만 결국은 그 마저도 부모님이 추가적인 자녀를 계획한다면 "넌 더 먼저 태어나 부모님 사랑을 받았으니까." 로 시작해 결국 양보하고 나눌 준비를 해야한다.


"그건 좀 오바아니야?" 라고 할 수도 있지만 결국 첫째는 받았던 애정도 또 다른 형제가 계획 된 순간부터 어떻게 나눌지에 대해 배워야한다.


물론 모든 자녀에게 늘 새것을 사줄 수 있다면 이 모든 불이익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첫째에게는 분명 은근하게 요구되는 양보와 사회적 압박이 분명히 있다.


첫째로서 나는 가끔 내 삶의 모든 부분도 내 것이 아닌 것 같다.

나는 나라는 주체보다는 내가 집안의 무엇인가를 대표하고 있는 상징이라고 해야 할까?

내가 '나'로서 살아가기보다는 일정부분은 우리 집의 첫째, 부모님의 자녀로서 살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늘 첫째로서 그 어느 것에도 온전히 내 것인 적이 없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언제나 형제와 나눌 준비, 양보할 준비, 물려줄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늘 떠나보낼 준비를 하며 무엇에도 강한 애착을 주면 안될 것 같다. 결국 완전히 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강하게 애착을 가져봐야 떠나보내는 마음만 아쉬우니까.


그래서 요즘은 가끔 자식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내가 만든 내 자식을 낳으면 어쩌면 그것만은 온전히 내 것이지 않을까?

물론 100%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내가 갖는 '내 것'이 되지 않을까...


그러다 '아차!.'싶은 마음이 든다.

이런 생각부터 결국 그 아이도 내가 부당하고, 부담갖게 느꼈던 첫째가 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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