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맥스 3D 였는데?
아바타를 보고 왔다.
화려한 CG와 아이맥스를 볼 생각에 빠져 그저 놀이동산에 가는 들뜬 마음으로 한손에는 커피까지 사 들고 신나게 3D 안경까지 썼는데 나는 무거운 망치로 머리를 크게 맞은 것 같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내가 들었던 생각은 하나뿐이다.
'부끄럽다. 내가 인간인 것이 부끄럽다'
나는 앞에서 화려한 CG와 화면이 움직이는 내내 너무 부끄러워서 어딘가로 숨어버리고 싶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웃을 수가 없었다.
재밌다고 이야기하기도 어려웠다.
아니 분명 영화 자체는 정말 재밌다.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인 존재인지 악랄한지 그리고 멍청한지를 여실히 보여주어 가슴이 아플정도였다.
소위 '만물의 영장'이라고 칭하는 인간들은 공격할 마음도 없는 그래서 준비도 되지 않는 존재를 침략하고, 약탈하고는 그것을 자신이 굉장히 대단하고, 똑똑하고, 강해서라고 착각하고는 한다.
다 같은 동물이라는 범위 안에서 유독 인간은 다른 동물들에게 부끄러운 행동을 많이 한다.
그러면서도 또 너무나 외로운 생명체라 다른 동물을 곁에 두고 싶어서 안타까울 정도로 애쓰기도 한다.
어떻게든 그들을 가까이에 두고 싶어 억지로 길들이고, 잡아서 우리에 가둔 채 구경하고, 전시하고, 자랑하며...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진짜 나비족이 있다면 스파이더처럼 내가 인간이 아니라고 믿고 싶을 것 같다.
제발 나를 인간이라고 알아채지 않기를...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 부끄러워서 그들을 차마 볼 수가 없기 때문에...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다 동생이 물었던 질문을 떠올린다.
"만약 한 번만 먹어도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걸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 것 같아?"
불특정 다수를 비난하기 전에 나 자신도 돌아본다.
누군가가 나에게 한 방울만으로 영원히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고 무언가를 건넨다면 나는 깔끔하게 '아니, 됐어' 라고 말할 수 있나? 어쩌면 그것을 어떻게 얻었는지 모른 채 아니 정확히는 그것을 어떻게 얻었는지 애써 모른척하며 알려고 하지도 않은 채 가능하다면 내가 먼저 줄 서서 사려고 할지도..
그리고 결국 인간이 지구를 망쳐둔 것처럼 그렇게 아름다워 탐내던 그곳을 모두 망쳐버리겠지...
‘인간이 인간 했다’
그리고 나도 인간이라 스스로가 부끄럽다.
영화를 보고 나서 화려한 CG도 우수한 퀄리티의 화질도 기억에 남지 않았다.
오직 톨쿤이 울던 소리와 나비족이 울부짖던 소리만 오래도록 귓가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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