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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사이다 Feb 14. 2023

아침 달리기

어제부터 아이들의 봄방학이 시작됐다.

2주 정도의 짧은 기간이지만 첫째 딸아이와 함께 아침에 뛰기로 약속했다.

겨울방학 동안 아이들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던 터라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지만 딸아이는 꼭 뛰겠다고 했다.

우리 집 바로 옆에 대학 캠퍼스가 있어서 거기 운동장을 뛰기로 했다.

아침 7시, 아직까지는 어두운 시간이다.

딸아이를 깨웠고 비몽사몽 일어나 같이 집 밖을 나갔다.

나가기 전까지는 피곤하고 몸이 무거웠지만 함께 나가서 걸으니 얼굴에 닿는 차가운 새벽 공기가 좋았다.

달리기를 안 해보던 터라 천천히 운동장을 뛰었다.

첫날이라 3바퀴만 뛰자고 했는데 3바퀴는 아쉬운 마음에 천천히 5바퀴를 뛰었다.

역시나 딸아이보다는 내 체력이 약했다. 한 바퀴씩 더 돌 때마다 숨이 가빴고, 할 수 없을 것 같았는데 함께하는 힘으로 한 바퀴씩 더 돌아갔다.

처음이라 옷만 챙겨 입고 나왔는데 입이 말랐다. 다음에는 물도 한통씩 챙겨 와야겠다.

오랜만에 딸아이랑 둘이 나와 뛰면서 이야기도 많이 했다.

둘만에 데이트에 나도 딸아이도 많이 상기되었다.


역시 아침운동은 하루를 에너지 있게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운동을 다녀오고 나서 딸아이는 배가 고픈지 평소보다 아침도 훨씬 잘 먹었고,

내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일찍 시작했다.

상쾌한 기분이 그날 하루를 지배했다.

나 역시 내 빰이 기억하는 차가운 기운과, 아침의 상쾌한 공기가  하루를 활기차게 살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나와 딸아이는 첫 러닝에 성공해 기뻤고, 그 이야기를 들을 둘째가 자기도 내일 아침에는 꼭 깨우라고 했다.

엄마랑 누나가 둘만 나간 것이 샘이 났는지 일찍 일어나서 함께 뛰고 싶다는 거다.

과연 아침에 잘 일어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셋이 함께 뛰는 것도 좋다.

둘째는 일찍 일어나서 누나보다 더 빨리 뛸 거라며 자신만만했다.

아침을 운동으로 시작하는 것의 에너지가 어마어마하다.

그동안 집에서 요가를 하며 하루를 시작한 적은 많았지만 집 밖에 나가 뛴 적은 처음이다.

공복 유산소가 주는 행복을 조금이라도 맛볼 수 있었다.

비록 5바퀴지만 아이들 봄방학이 끝날 쯤에는 몸이 훨씬 가뿐해질 것을 기대한다.


어스름한 시간, 고요한 거리에 우리끼리 함께 시간을 보냈다는 마음이 끈끈한 무언가를 준다.

함께하는 이 짧은 시간이 내 자녀에게 부족한 무언가를 채워준 것 같아 행복했다.

육체가 상쾌해지니 내 마음까지 상쾌해지고

상쾌한 기분으로 자녀를 보니 그 기분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비록 저녁이 되어 오랜만에 쓰던 근육들이 쑤시기 시작했지만 기분 좋은 통증이다.

내일은 둘에서 셋으로 시작할 수 있을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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