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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나칸 음식 먹어보다

싱가포르 전통 음식

by 파일럿

몇 주 전, 친구 생일파티에서 먹은 황홀한 맛의 온데온데 케익이 집 근처에 있는 페라나칸 private dining에서 만든 것이란걸 알게 됐다. 페라나칸(Peranakan)은 말레이어로 '혼혈'을 뜻하고, 지금은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로 이주하여, 말레이 계열 사람들과 결혼한 사람들을 가리킨다.



평소 구글맵으로 집 주변을 살펴보며 괜찮은 식당이 없나 찾아보는게 취미인 나. 이 집은 무려 별점 5점 만점이기에 기회가 되면 방문하려고 눈독들이고 있었던 곳이었다.



안그래도 가보고싶었는데, 이렇게 맛있는 케익을 만드는 곳이었다니! 당장 예약했다.



싱가포르의 독립 60주년 기념일이 있던 주말 저녁, 갑자기 폭풍우처럼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저녁 장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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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opok 케로폭이라고 불리는 생선살이 들어간 스낵과 삼발소스가 나왔다.


매운 삼발 소스와 라임에 곁들여 먹나보다. 삼발은 발효시킨 새우가 들어간 매운 소스로, 마늘, 고추, 토마토, 라임이 재료로 들어가 시고 매운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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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메뉴! Kueh Pie Tee, 꿰파이티


타르트의 바삭한 식감과 안의 재료들이 조화롭게 잘 어울리는 맛있는 한입거리다. 식감, 맛 둘 다 너무 좋아, 페라나칸 식당에 가면 이 메뉴는 꼭 시킨다.



원래는 오른편의 타르트 틀에 왼쪽 재료들이 들어가있지만, 이 날은 직접 필링을 넣어 먹는 DIY 형식이었다. 안에 들어가는 재료로는 삶은 계란, 새우, 땅콩, 칠리소스, 간장, 파슬리, 그리고 가운데 있는 순무 조림이 있고, 이 순무 조림이 간간하고 달달한게 내 스타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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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chow Fishballs 푸조우 피쉬볼(어묵).


푸조우는 중국 Fujian 지방의 수도라고 한다. 가본적은 없지만 Fujian 지역의 음식을 너!!!무!!나!! 좋아한다.



싱가포르의 미슐랭 가이드에 나오는 음식점인 Putien (푸티엔)은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체인음식점 중 하나로, Fujian 지방 음식을 다루는 곳이다. 한국과 지리적으로도 가까워서 그런지, 음식들의 간이 한국 사람들이 딱 좋아할만한 간이라, 싱가포르에 가족들이 오면 꼭 데리고가는 음식점 중 하나이다.


푸조우 피쉬볼은 안에 돼지고기와 육즙이 들어간 어묵으로 마치 딤섬같은 느낌이었다. 찜임에도 불구하고, 어묵 속의 기름진 돼지고기 육즙 덕분에 아주 리치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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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삭한 식빵 안에 생선살이 들어가있는, 어묵과 식빵을 합친 느낌의 Roti Bakan Ikan (멸치 토스트).


기름을 흠뻑 먹어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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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시 울람, Nasi Ulam


밥에 다양한 허브, 향신료, 말린 과일을 함께 내는 우리로 치면 비빔밥 같은 요리다. 밥의 색이 파란 것은 나비완두콩 꽃물로 밥을 지어서 그렇다.



파란빛을 내는 이 꽃은 항산화, 피부미용, 항염, 면역력 등 건강에 좋은 효능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자궁 수축 등의 부작용이 있어 임산부는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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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시울람에 토핑으로 넣어 먹으라고 나온 솔티드에그 (Salted Eggs) - 소금에 숙성시킨 계란이다.


이 솔티드에그도 감칠맛이 장난이 아니어서, 솔티드에그 소스로 만든 각종 튀김요리, 야채요리들이 정말 맛있다. 최근에는 솔티드에그 맛의 생선튀김이 엄청난 인기를 끌어, 싱가폴에 오면 많이들 사가는 스낵 중 하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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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토핑들을 넣고 섞은 나시울람의 모습. 보기엔 예쁘지만, 우리 비빔밥의 고추장처럼 맛이 강한 소스가 들어가는 것이 아니기때문에 밥 자체에 특별한 맛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메인 음식들과 곁들여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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뇨나 커리 치킨 (Nyonya Curry Chicken)


뇨냐는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로 넘어온 여성을 가르키는 말이다. 뇨나 커리 치킨은 동남아시아에서 주로 나는 허브와 코코넛우유가 들어간 커리로, 인도 커리 못지 않게 아~~주 녹진하고 특유의 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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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ah Keluak Pork Ribs 부아 께루악 돼지갈비


우리나라의 돼지갈비찜과 비슷하나, 여기에 사용된 Buah Keluak은 살짝 쓴맛이 나는 씨앗으로, 그냥 먹으면 독성이 있어 발효한 뒤 먹어야한다. 맛은 살짝 흙 향기와 쌉싸름하면서도 고소한 느낌으로, 도토리묵의 향과 삶은 밤/토란 어딘가의 식감을 가진 느낌이다. 숟가락으로 딱딱한 껍질 안에 있는 과육을 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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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ur Belanda 떼루 블란다


삶은 계란을 타마린드 소스에 넣은 요리로, 새콤달콤녹진해 밥 반찬으로 제격이다. 타마린드는 신맛이 나는 동남아시아 지방의 과일로, 매실과 비슷하다.


이 메뉴와 더해서, 오쿠라와 삶은 가지를 삼발소스에 볶은 다른 사이드디쉬도 나왔는데 사진을 깜빡했다다. 삼발소스와 가지가 너무나 잘어울려 많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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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kan Assam Pedas, 이깐 아쌈 쁘다스


Hallibot 이었나? 생선을 타마린드 소스에 넣고 조린 음식으로, 신맛 킬러인 내 입맛에 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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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 사고 - 타피오카 전분으로 만든 이 구슬들에 코코넛밀크와 굴라말라카를 뿌려먹는 디저트였다.


굴라말라카는 코코넛나무 수액으로 만든 설탕으로, 카라멜맛이 난다.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싱가포르분들이, 이 굴라말라카는 정말 맛있는거라고 극찬하셔서 따로 맛봤더니 정말 살짝 쌉싸름한 향이 나는 것이.. 깊은 맛이 느껴졌다.





IMG%EF%BC%BF6993.JPG?type=w966 이렇게 먹습니다.

땅콩가루와 흑임자가루에 버무린 모찌도 디저트로 나왔다.



이날 저녁은 최소 예약이 4명이라, 다른 싱가포르 여성분들 2분과 랜덤으로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됐다. 나와 같이간 언니의 나이를 들으시곤, 20댄줄 알았다며 깜짝 놀라셨다. 우리가 보기에 그분들도 많아봤자 40대 후반? 50대로 보였는데, 곧 60살 생일이라고 하셔서 깜짝 놀랐다. 인사치레로 칭찬을 되돌려준 것이 아니라 정!말!로! 깜짝 놀랐다.



어려보이는 비결은 행복이라며, 맛있는 것 먹으면서 행복하게 지내는게 젊게 사는 비결이라고 하셨다. 저도 그 비결 계속 실천하면서 살겠습니다.




같이간 언니와 나에게 메뉴에 대해서 친절하게 설명해주시고, 우리 테이블에서 먹은 음료(물 밖에 안먹었는데 물이 왜이렇게 비싸죠)도 계산해주시고, 집 방향도 똑같아서 집 근처 가까운 지하철역까지 차로 데려다주기도 하셨다.




나도 계속 맛있는 음식 찾으로 다니면서, 우연히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되는 젊은 사람들이 있으면 음료수 값도 계산해주는 그런 사람이 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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