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육아] 2026년 6주차

2026년 2월 1일(일) - 2월 8일 (일)

by RachelJane


2월 1일 일요일


주말 간, 지역을 바꿔 한시간 반 거리로 이사오신 형님네를 방문했다.

거기엔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이 되는 사촌언니가 있다.

42개월. 그러니까 3.5살의 우리 아기에겐 우상으로 존재하는 사촌언니.


아기는 언니 바라기가 되어 언니 뒤를 종종 쫓아 다녔다.

재미있는 건 사촌 언니의 태도인데, 작년 추석에 비하면

훨씬 더 아기를 예뻐하고 적극적으로 놀아준다.

아기가 그간 좀 더 자랐으니 제법 상대 할 만해진 이유도 있을 것이고,

그 외 다른 이유들도 있을테지만 가장 큰 원인은 ‘환경’으로 보인다.


지난 추석때는 할아버지 할머니댁에 모이다보니

어른들의 시선이 더 어린 아기에게 몰렸다.

어른들에게 이건 자연스러운 일인데,

사촌 언니에게는 여적 당황스러운 일인 것이다.


사촌 언니의 입장에서, 숙모나 삼촌이 아기를 챙기는 일은

각 부모가 제 아이를 챙기는 일이니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제 엄마의 시선이나 할아버지 할머니가 그렇게 행동하는 것에는

서운함이 밀려오는 것이다.


아직 어린이밖에 안 된 본인을 볼 때와 조금은 다른 목소리와 톤으로

(아무래도 좀 더 자상하고 상냥한 말투로) 동생을 대하니

그게 낯설고 심술을 쌓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인지 곧잘 놀다가도 아기를 귀찮아 한다거나,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삐져 아무리 불러도

대답하지 않는 방식으로 마무리가 되었었다.

그런데 이번 방문엔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시지 않아,

그런 부분이 사라지면서 마음이 훨씬 너그러워졌으리라 생각된다.


숙모된 어른으로서 그리고 한 때 어린이였던 입장으로

사촌언니를 조금 더 살피면 좋으련만,

42개월 아기를 쫓아다니느라 겨우 용돈만 쥐어주는 형편.


아이들은 어른에 비해 삶의 경험과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할 뿐이지,

어른들이 갖는 감정 경험을 똑같이, 아니 더 원초적이고 분명하게 느낀다.

그러므로 '애들은 모를거야'란 이야기는

그저 어른들이 뭘 모르고 하는 말일뿐이다.



2월 4일 목요일


아이를 키우면서 인생을 배운다는 말은 정녕 과장이 아니었다.

요새 퇴근 후 저녁시간, 아이와 어린이집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 일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에 대해 대화를 한다.

하루 한줄 일기를 쓰면서 오늘 있었던 일도 간단히 적는다.

예를 들면 내가

'아기가 시나모롤 내복을 사오라고 했는데 까먹어서 미안했다' 라고 말하면,

아이도 비슷한 형태로 문장을 말한다.

(아이의 내용이 주로 '엄마 곁에 있어서 좋다' 이런 거라 듣고있으면 행복하다)


아무튼 이런 일상을 보내는 요즘의 나날이었다.

어제는 퇴근 하면서 아이를 하원시켜 현관에서 신발을 벗으면서 물었다.

"꿍아 오늘은 기쁜일, 행복한일, 슬픈일 어떤 일이 있었어?"

아이가 대답한다.

"오늘 미용놀이를 하는데 선생님이랑 친구들이 있어서 기뻤어".

내가 말한다.

"아 미용놀이를 다같이 할수있어서 기뻤구나, 슬픈 일은 없었어?" 하니

아이가 이런 말을 한다.

"기쁜 일이 있어서 슬픈일이 있어도 괜찮았어."

!!!!!!


나는 왠지 모를 감동에 휩싸여 아이의 말을 여러 번 따라했다.

그렇다. 기쁜 일이 있으면 슬픈 일이 있어도 제법 괜찮은 하루인 것이다.

맞는 말인데 나는 깨닫지 못한 채 그저 슬픈 것이 있으면 슬픈 것에 매달렸다.

아이는 정말 내게 인생을 알려주는 구나.

아기 철학자와의 저녁 시간에는 사랑과 배움이 있다.



2월 8일 일요일


낮잠을 자는 아이의 얼굴을 보는데

하룻밤 사이에 또 자라났구나 하는 기분이 든다.

분명 눈코입이 아기같이 오밀조밀하고 흐릿했던 것 같은데,

눈도코도입도 제법 선명하고 커진 얼굴.

분명 매일 아이의 얼굴을 하루에도 수십번은 보는데

언제 이렇게 자란걸까.


이번 주말엔 아빠가 아이를 데리고 나가 논 덕분에 푹 쉬었지만

그만큼 아이랑 보낸 시간이 줄어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다음주말엔 같이 밖에서 시간을 보내야겠다!! 다짐해보는데 벌써 설 연휴다.

다음주말엔 이렇게 해야지!하며 당장 보낼수있는 행복의 시간을 미루지 말아야지.

낮잠에서 깨어나면 마음껏 예뻐하고 재미있게 보내야지.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