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붙이지 못한 감정에 대하여
나는 요즘, 인생에서 가장 요동치는 날들을 지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더 자주, 예전이 기억나는 날들이 많습니다.
그 시절의 기억들 중 가장 뚜렷하고 오래 남은 날들을 떠올리며,
내 안에 머물던 가장 오래된 말들을 하나씩 꿰어 적어보았습니다.
말하지 못했던 것들,
그때는 말할 줄 몰랐던 것들을
이제서야 비로소 적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쓰면서, 나는
말하지 못했던 감정에 하나씩 이름을 붙여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말문을 열면서
아, 그때 나는 참 흔들리고 있었구나,
그때 나는 참 많이 사랑했었구나, 하고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그 애를 좋아했음에도,
서로 마음이 통했음에도
끝내 말을 꺼내지 못했던 것이
나를 가장 오래 흔들고 후회하게 했지만—
지금은, 그 애도, 나도
이미 지나온 감정임을 알기에
조금 더 깨끗하게 인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 그때 우리는 사랑을 하고 있었구나.
말하지 않았을 뿐, 분명 사랑하고 있었구나. 라고요.
저는 제 글을 읽어준 여러분께
이 말을 꼭 건네고 싶습니다.
누군가를 말하지 못한 채 마음에 담아두고 살아낸 분들께,
그때를 지나온 우리 모두에게—
지금도 우리는 괜찮은 삶을 살고 있다고,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분명 아름다운 삶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때를 껴안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어린 시절, 말하지 못한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나는 그때,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줄만 알았지만,
사실은 늘 마음속에서,
온몸으로 오래도록, 온 세상에 말하고 있었던 거라고.
사랑을,
사랑하고 있음을 말이죠.
'그때, 우리가 말하지 못한 것들' 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습니다.
매거진에서 오랫동안 함께해주신 분들께
같은 이야기를 다시 읽어달라고 말하기엔
사실 많이 망설여졌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하지 못한 두 개의 장면을 덧붙이며
조심스럽게 한 권의 책을 만들었습니다.
이야기를 따라와 준 당신께,
그리고 그 애에게—
다정했던 그때의 인사를 전합니다.
끝까지 같이 걸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때, 우리가 말하지 못한 모든 마음 속엔,
결국, 그렇게 다정한 사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