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밤의 꿈

(feat.Midnight Girl)

by Rachel

신화의 8집이 발표된 그 해 여름은, 혼자 걷는 밤길이 자꾸 길어지곤 했다.


엄마는 밤길 혼자 걷는 게 위험하다며 말렸지만

운동을 핑계삼아 나는 밤길을 혼자 걸었다.

그 밤길에는 사람이 많았으니까.


나는 8시쯤에 나와서, 10시가 되는 시간까지 걸어다니곤 했다.

모기가 앵앵거리는 것도 개의치 않았을 정도로, 그 때는 걷는 게 좋았다.

아무도 나를 보지 않고, 신경쓰지 않았으니까.


신화 8집 노래 한 바퀴를 돌고 나면, 나는 땀에 젖어 있었다.

그러면, 이제 사람들이 하나 둘 집에 들어가서,

거의 나 혼자 남은 그 길을 걸으며 Midnight Girl을 부르곤 했다.


신화 – Midnight Girl


나는 그 노래를 흥얼이며 걷곤 했다.

조금씩 걷다가, 그 애와 문자로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전에 보낸 문자들을 다시 읽으면서 재미있었다.


그 애가 나를 향해 슬쩍 던진 말 한 줄에

나는 멍하니, 혼자 그 밤길을 걷게 되었다.


말끝을 흐렸던 그 애처럼, 나도 내 마음을 끝내 말하지 못했다.


“너를 좋아했어.”

그 말이 목 안에서만 맴돌다 사라질 때마다


미드나잇 걸의 노래가사처럼,

나는 그 애에게 묻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너는 나를 좋아하긴 했을까?

문자를 칠 때면 늘 나오던 궁금증,

그건 그 애에게 어떤 감정이었을까.


그런 의문이 들 때면, 어김없이 다시 밤길을 걸었다.


그 애에게 닿지 못한 마음이, 노래를 타고 흘러가는 게 느껴졌다.

Midnight Girl처럼 조용히, 아주 멀리.


그리고 그 밤길은, 나 혼자만 알고 있던 사랑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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