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 노래, 오래된 기억 한 조각

(feat.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는)

by Rachel

아주 오래 전의 노래인, Fly to the sky를 듣고 있을 때면


가슴에 비가 내리듯, 아팠다.


'그대는 모르죠', 'Sea of Love', 'Condition of My heart'를 들을 때면

꼭 내 이야기 같았다.



말하지 못한 마음.
닿지 못한 손.
그리고,
한참을 돌아서도 끝내 묻지 못한 질문 하나.



나는 너 좋아해.
너도… 나, 좋아해?



그 말 한마디를
그때,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조용히 물어봤더라면—
지금 이 노래는 조금 덜 아팠을까.




노래를 처음 듣기 시작한 건, 아빠가 사주신 Mp3 기계를 써보기 시작하면서였다.

Y와 따로 다니기 시작한 그 뒤부터 노래는 나의 등하교길의 친구가 되어 주었다.


Fly to the sky 이라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그 노래를 들으며 좋았다.

뜻도 모른 채, '힘들어'라는 가사가, 나의 마음을 위로했다.


혼자가 된 나를, 너도 힘들지, 힘내라고 하는 것 같았다.

자유로운 나를, 즐길수도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열 셋의 나는, 그렇게 느꼈었다.


하지만, 첫 사랑이 시작된 줄도 모르고 다녔을 때서야,

Sea of Love나 그대는 모르죠를 들었을 때-

나는 사랑을 몰랐지만, 했었던 것 같다.


졸업 학년이 되던 해, 나는 '그대는 모르죠'를 많이 들었다.


가사처럼, 정말로 내 안에 그 애가 많이 살아 있었다.

그 애와의 순간들이, 가득 채서 이 마음을 실어 보내고 싶었을 만큼, 소녀의 마음은 그렇게 순수했었다.



하지만 졸업 앨범을 찍게 되서 당사자들을 만나게 되었을 때 나는, 너무나도 무서웠다.

내가 혼자 그려왔던 짝사랑의 당사자와 만나게 되면, 나는 굳어버린다는 걸 몰랐던 거 같다.



그 애와 내가 마주한 건 아주 오랜만이었다.

4월쯤의 아이들이 나를 반기지 않는다는 걸 알고 났을 때부터로부터 꽤 지난, 6월.

춘추복에서 하복으로 바뀐 그 애의 옷차림이 이상했을 만큼-

나는 어색하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

"오랜만이야. 안녕."

"응... 잘 지냈지?"

"응. 잘 지냈지. 근데 너- 재혁이한테 내 얘기 안 들었어? 내가 기다린다는 말."

"-들었어. 근데.. 내가 아직 준비가 안 된거 같아. 미안해."

"뭘 미안해. 준비 되면 오면 되지."

싱긋 웃는 그 표정에, 나는 어색하게 손을 뒤로 감췄다. 거짓말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자, 학생들- 이제 모이세요. 찍습니다!"

사진 작가님의 말씀대로 모여서 사진을 찍을 때조차, 나는 그 애가 너무 신경이 쓰였다.

그 말도, 그 애와의 스친 팔 한번도 너무 신경쓰여서 웃음을 잘 짓지를 못했다.



그 날, 사진 찍는 건 세번이었지만

내 마음 속 사진은- 열 다섯번은 찍은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