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좋은건 크게봐야 제맛)
디즈니 알람으로
“2025 KeSPA 컵 결승전 안내”가 뜨자마자
나는 반사적으로 TV를 켰다.
얼마 전 바꾼 TV는 스마트 TV라
Disney+를 바로 틀 수 있었다.
중계진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화면 속에서는
이미 제2경기가 진행 중이었다.
T1이 앞서고 있었고,
경기는 막 끝물로 접어든 참이었다.
나는 괜히 더 들뜬 목소리로 외쳤다.
“오늘 저녁은 치킨이다!! 꺄아— 결승이다!!”
그러자 산적이 물었다.
“D, 저건 무슨 컵인데 그렇게 호들갑이야?”
“케스파 컵! 올해 마지막 경기!”
이미 들뜨고 흥분한 상태로 경기를 지켜보려던 그때,
중계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요즘은 5꽉이 대세긴 한데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T1, 요즘 경기력이 정말 무섭습니다.”
그러자 산적이 쿡쿡 웃으며 말했다.
“야~ 벌써 중계진이 5꽉 스포한다야.”
“아니야! 오늘은 분명 우승할 거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 순간 스멀스멀 불길한 기운이 등을 타고 올라왔다.
나는 T1을 믿는다.
믿지만—
아니, 왜 굳이 5꽉 얘기를 하냐고요!
투덜거리며 경기를 보던 중
한숨이 탁, 터져 나왔다.
승승승일 것만 같던 경기는
어느새 승·승·패를 달리고 있었고,
나는 결국 마음속으로 기도를 올렸다.
‘아 제발…
승승패패승은 좀 아니잖아.
그래도 결승인데, 승승승은 안 되나…?’
그러나 내 기도와는 달리,
경기는 정확히
승·승·패·패·승으로 흘러갔고
T1은 그렇게 우승했다.
울프의 해설이 없어서
솔직히 경기를 온전히 읽어내진 못했지만,
T1이 우승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나는 산적에게 달려가
뽀뽀를 마구 해댔다.
(사실 치킨은 2경기 끝물에 도착했고,
치킨을 다 먹고 치운 뒤에 보니 이미 3경기 중반이더라… ㅜ)
올해, 월즈 말고도 다시 우승컵을 들 수 있어서 다행이었고,
스토브리그를 지나 새로운 로스터로 컵을 들어 올린 것도 참 다행이었다.
단 하나 걱정되는 건—
구마유시를 향한 악성 댓글들이
이 경기 결과를 빌미로 얼마나 쏟아질지였다.
‘구마 나가니까 T1 날아다니네.’
같은 말이 나올까 봐.
그래도 이전엔 한 팀이었으니까.
나는 약간의 아쉬움을 품은 채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인터뷰를 하는 나의 최애, 오너를 보며
나는 흐뭇한 마음으로 생방송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역시, 좋은 건 크게 봐야 제맛이다.